[미디어유스 / 이정환 기자]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되어야 하며,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방송법 제4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다.
최근 국민의힘이 KBS와 MBC를 비롯한 11개 방송사에 ‘시사 토론 프로그램의 패널 구성 시 균형을 맞춰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공문에 의하면 국민의힘은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시 패널 구성의 공정성에 만전을 기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 특히 패널 구성 시 진보 보수의 균형이 아니라 여야의 균형을 맞춰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통상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는 보수 성향의 패널과 진보 성향의 패널을 같은 비율로 출연시키고 있는데 최근 일부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보수 몫으로 정보 여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의견을 가진 보수 패널을 출연시키는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정부를 비판하는 보수 패널은 출연해선 안된다는 내용인데, 일종의 ‘보도 지침’으로까지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방송의 공정성을 강조한 방송심의규정 9조를 언급하며 “시사 제작 프로그램에서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보수 패널과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진보 패널을 출연시키는 경우 시청자들은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시각만을 접하게 된다. 이 경우 방송의 공정성과 균형성,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이 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방송의 독립성을 강조한 방송법 제4조 위반의 소지가 크다. 앞서 대법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내용을 바꿔달라고 요구한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해 방송법 4조 위반 혐의로 1000만 원 벌금형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정부 여당이 언론과 갈등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28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비속어 발언 논란’을 최초 보도한 MBC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의원들은 MBC가 대통령의 순방외교를 폄훼하는 조작방송을 했다고 주장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사장 사퇴는 물론 MBC의 민영화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 등 6개 언론 단체들은 기자 회견을 열고, 자유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유린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많이 강조한 단어는 “자유”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식에서 “자유는 보편적 가치이며,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라며 “어떤 사람의 자유가 유린된다면 모든 자유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말하며 자유를 35번 언급했다.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첫 연설에서는 21번 자유를 말했다. 과연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자유에서 언론의 자유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