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심 칼럼] 시인을 만났다

서재심

남해유배문학관은 2010년 11월 1일 개관했다. 2005년 남해군 문화관광해설사 교육을 받았던 나는 관광하러 오신 분들께 남해, 자연, 역사, 문화를 자랑하면서 남해에 반하게 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내가 좋아하니까 이 좋은 것을 다른 사람도 반해서 즐기게 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전해져서 그런지 그 당시 남해 정현태 군수는 남해유배문학관 개관과 함께 내게 남해유배문학관 고정해설을 하게 하면서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5년 정도 남해를 알리는 일에 열정을 쏟은 것을 알아주는 것 같아 참 좋아서 더 신이 나서 해설했다. 그즈음 함양 안의가 고향인 오인태란 시인이 남해교육청에 근무하면서 유배문학관에 간혹 오셨고 유배문학관 식구들과 같이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나는 선약이 있어 아쉽게도 함께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 참 뒤 올해 내 생일날 우연히 오인태 시인과 같이 저녁을 먹었었다. 그래도 그날은 워낙 사람들이 많아 그분의 이야기는 많이 듣지 못했다. 그런데 어제 남해도서관에서 오인태 시인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사실 출판기념회가 있다는 소식은 남해문화원 김미숙 사무국장이 알려주었다. 출판기념회는 오인태 시인의 ‘밥상머리 인문학’이란 시집과 그전의 시들을 낳은 이야기들과 또 개인의 삶에 대한 강의를 1시간 하고 정현태 전 남해군수와 대담이 토크 식으로 진행되었다.

 

남해유배문학관에서 해설하는 필자 서재심

 

 

오인태 시인은 살아오면서 무엇을 하든 ‘내가 시를 쓸 수 있을 일인가?’에 방점을 두고 무슨 일이든 했다고 했고, 운명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나는 가에 있다는 취지의 말들을 했다. 

 

그리고 간결하고 우문현답 같은 시들이 내게는 깊은 생각하게 했다. 중학교 2학년 과학 선생님이 들려주는 서시를 듣고 시에 반해서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시는 잘 쓰지 못했다. 

 

이런 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분이 말했다. “재심 씨는 시처럼 살기 때문에 시 안 써도 됩니다. 그러니 시가 안 된다고 속상해 마세요.” 

 

그 이야기가 너무도 쇼킹해서 그 말을 들은 뒤로는 시를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다. 그런데 어제 오인태 시인의 강의를 들으면서 ‘어쩌면 나도 이제 시를 쓸 수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운명은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에 달려있다고 한 시인의 말을 생각하면서 “선생님과 2010년 그쯤 저녁을 같이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인연이 닿았다면 더 빨리 내 운명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요.”라고 했더니 시인은 “항상 오늘이 중요합니다.”라고 한다. 

 

어쩌면 시인은 가장 밝은 철학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냉한 겨울의 밤공기를 맞으면서 혼자 집으로 걸어왔다. 이런 희망찬 마음이 생기게 한 시인의 詩 한 편 올려본다. 

 

 

씨앗, 또는 詩앗

 

싹 틔우지 못하는 씨앗을 얻다 써

단, 한 사람 가슴에도 꽂히지 못하는 시를 뭣 하러 써

 

내년에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가슴에 꽂히는 시 낳아 보아야겠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

서재심 alsgml-2@hanmail.net

작성 2022.12.28 11:48 수정 2022.12.28 12:31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서재심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