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자의 존재라 불리는 사람의 삶

 이 동 용 (수필가/인문학자)

 


지난주의 칼럼에서 언급했던 ‘새해를 위하여’라는 잠언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모든 질문들은 나를 돌아보게 해 줘서 정말 고맙기만 합니다. 질문이 나를 거울 앞에 세워 놓고 나를 관찰하게 해 줍니다. 질문을 품게 했던 그 글을 다시 인용해 봅니다.


“아직도 나는 살아 있고, 아직도 나는 생각한다. 아직도 나는 생각해야 하니까, 아직도 나는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 있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물론 이 모든 말은 데카르트의 명언 ‘코기토 에르고 숨’을 패러디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니체의 글은 모방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아냅니다.


살아 있음의 의미는 무궁무진합니다. 삶이 있어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삶이 부여해 주는 가치와 의미는 생각하는 만큼 뻗어나갈 것입니다. 어디까지 생각해 보았습니까? 무엇까지 생각해 보았습니까? 이런 것까지 혹은 저런 것까지 생각해 보았습니까? 어렵고 힘든 일들을 외면하지 않고 성실하게 끝까지 대처해 보았습니까? 정말 ‘죽다 살아난 그런 경험’도 해 보았습니까? 다양한 질문들을 화살 삼아 자기 심장을 한번 맞혀 보세요.


혹시 ‘이건 되고 저건 안 돼!’ 하면서 배타적인 태도를 취한 적은 없습니까? 하나님은 되고 부처님은 안 돼 하고 부정한 적은 없나요? 반대로 부처님은 되는데 하나님은 안 돼 하고 거부한 적은 없나요? 자기가 살기 위해 타인의 것을 거부하는 것은 고슴도치의 삶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가시를 곤두세우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부정하고 부정한 그런 삶이 허락하는 여정의 마지막에는 외로움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삶은 자유의 의미에 의해서만 가치가 주어집니다. ‘이기적인 나르시시즘’으로는 답이 없습니다. 자유를 틀에 박아 놓고 생각하는 실수는 없어야 합니다. 자유는 말 그대로 ‘창조적인 나르시시즘’으로 거듭날 때 주어집니다. 살아 있는 ‘나’라는 존재가 있어 훌륭한 생각도 가능한 것입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삶이 있어야 생각이 그 뒤를 따라준다는 얘깁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삶이 먼저가 맞습니다. 하지만 삶은 오로지 생각에 의해서만 구현됩니다. ‘삶의 현상’과 ‘생각의 현상’은 거울 속 영상처럼 동시적이며 동일합니다.


니체는 삶의 현상을 여러 가지 비유들로 설명했습니다. 사막, 심연, 허공, 동굴, 어둠, 피곤, 뱀, 독수리, 줄타기 광대 등, 아니 니체가 문학이라는 형식 속에서 철학을 연출해 냈던 최고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과 그들의 목소리는 오로지 자기 자신을, 즉 사람의 삶을 의미한다고 보아도 됩니다. ‘늙은이’도 ‘젊은이’도 모두 자기 자신이고, ‘절박하게 부르짖는’ 모든 소리들도 자기 목소리로 인식하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를 압니다. 자기를 아니까 사람인 것입니다. 사람은 삶을 통해서만 존재합니다. 삶은 하나의 현상에 머물 수 없습니다. 늘 사랑과 증오 사이를, 즉 늘 인정하며 돌아기도 하고 또 증오하며 떠나기도 하면서 삶은 지속될 뿐입니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한 것입니다. 믿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인문학적 지혜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고슴도치처럼 가시만 보여주며 이것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으면 살기 힘듭니다. “너는 어서 속히 내게로 오라.”(디모데후서 4:9) 이런 게 성경 말씀입니다.


삶은 온기를 지녔습니다. 서로의 온기를 나눠가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임마누엘이 신의 이름입니다. 함께, 곁에 있어주는 행위가 신이 가르쳐 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넌 안 돼! 오지 마!’ 하고 내치는 것이 아니라, ‘그래 너도 어서 와!’ 하고 두 팔을 벌려 주는 것이 진정 신이 가르쳐 준 자세입니다. 그것이 사랑을 실천하는 자의 모습입니다.




작성 2023.01.16 08:51 수정 2023.01.1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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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