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인생의 봄

노란꽃 붉은꽃 봄따라 피고

인생의 봄

 

노란꽃 붉은꽃 봄따라 피고

주대명·박용수·왕수복

 

봄을 생각한다. 4계절기의 봄과 인생의 봄은 같지 않다. 나라의 봄도 다르다. 왕수복이 <인생의 봄>을 노래한 1933년은 우리나라는 내 땅, 남의 나라였다. 최초의 기생출신 가수왕, 그녀가 부른 노란 꽃잎과 붉은 꽃잎은 내 나라에 피었지만 향기의 주인은 일본제국주의자들이었다. 왕수복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이 노래 <인생의 봄>을 부른 3년 뒤 그녀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서양음악을 정식으로 배운다. 평안도 화전민의 딸 치고는 화려한 입신(立身)이었다. 왕수복이 이 노래를 부를 때, 나이는 16세였다. 인생의 봄과 계절의 봄이 맞닿은 때.

 

노란 꽃잎 붉은 꽃잎 봄 따라 피고/ 인생의 봄 청춘이라 내 마음도 피네/ 새벽이슬 맞어 가며 곱게 피여서/ 인생의 봄 청춘을 노래 부르세// 아즈랑이 풀 그늘의 봄맞이 노래/ 인생의 봄 청춘이라 노래 부르세/ 지나간 봄 가신님을 더듬지 말고/ 오시는 인생의 봄을 노래 부르세.(가사 전문)


https://youtu.be/BWlcm6Atp9s

  

노랫말에 절기는 인생과 계절이 겹친다. 작사가 주대명과 작곡가 박용수의 고뇌가 엿보인다. 1933년은 일본제국주의자들이 국제연맹에서 탈퇴한 해다.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은 제1차세계대전(1914~1918)종전 후, 1920년 당시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제안으로 설립한 국제기구다. 하지만 미국은 상원의 베르사유조약 비준동의거부로 불참한다. 독일과 소련도 처음에는 가입을 거부당했다. 국제연맹상임이사국은 영국·프랑스·일본제국·이탈리아왕국 4개국이었다. 이는 UN출범 후인 19464, 21차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해체하고 UN에 자산이양을 결정했다. 일본은 1931918일 만주사변을 일으킨 후 괴뢰정부 만주국을 설립한 지 2년 째,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이 극심해지자 국제연맹을 탈퇴했었다. 그리고 나남에 주둔한 일본국 19사단을 중심으로 만주와 간도 일대에 대한 노략질을 강화한다. 그래서 꽃이 피는 계절에 이팔청춘 왕수복이 부르지만, 곡조에는 시름방울이 주렁주렁 맺혀 있다.

 

왕수복의 본 이름은 왕성실. 1917년 평안남도 강동군에서 출생하여 200386세를 일기로 평양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한다. 화전민 가정, 편모슬하에서 평양 명륜여자공립보통학교 3학년 때 평양기생학교에 입학한다. 평양기생학교는 1926년 설립한 최초의 기생학교다. 3년 과정이었다. 그녀는 16세이던 1933년 콜럼비아레코드에서 <울지 말아요>, <한탄>으로 기생출신 최초로 대중가요가수가 되었다. 최초라고 하지만 그 이전에는 대중가수라는 직업이 없었다. 양반(兩班) 51% 천반(賤班) 49%였다고 할 수 있던 봉건 조선사회에서는 창()과 판소리와 민요를 하는 전문소리꾼이 있었을 뿐. 그래서 최초라는 브랜드가 붙은 것이다. 봉건과 근대문명의 충돌지대에서 발생한 신문화발생의 트렌드.

 

왕수복은 소설가 이효석과 경제학자 김광진의 연인. 1942년 이효석이 사망할 때 임종을 지켰고, 이후 시인 노천명의 연인이던 김광진과 결혼. 김광진의 월북행에 동행하여 평양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중앙라디오 전속가수, 교향악단 성악가수로 활동했다. 그 후 공훈배우칭호를 수여받고 살다가 애국렬사릉에 묻혔다. 평양시 형제산구역 신미리에 위치한 북한의 묘지. 이곳에 6.25전쟁 당시 항미원조(抗美援朝) 중국인민의용군으로 참전하여 사망한 마오쩌뚱의 아들 모안영(毛岸英)도 묻혀 있다.

 

작사가 주대명(朱大明)은 콜럼비아 소속으로 <사공의 노래>, <월야소곡>을 남겼고, 포리돌 음반으로 <어스름 달밤>, <인생의 봄>을 남겼다. 그의 생멸을 밝혀내는 일도 우리의 과제다. 작곡가 박용수의 대표곡은 <청춘비가>, <그리운 고향>. 그가 작사 작곡을 동시에 한 <두만강 비곡>, <망향곡>, <못 잊어 원수>는 콜럼비아 음반에 전한다. 포리돌악단 반주로 취입한 그의 곡은 <그리운 고향>, <눈물>, <몽상의 봄노래>. 그의 생멸이력도 궁금하다.


유차영 선임기자

(솔깃감동스토리연구원장)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3.16 11:50 수정 2019.03.1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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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