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니소스 대 십자가에 못 박힌 자

이 동 용 (수필가/인문학자)


아직도 ‘대립’에 대한 해명이 부족한 듯하여 계속 이어가려 합니다. 이 사람을 보라의 마지막 문장 “나를 이해했는가? 디오니소스 대 십자가에 못 박힌 자”는 범종의 종소리처럼 여운을 길게 남겨 놓습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태극’ 사상이라고 설명하는 니체의 ‘대립’의 철학입니다. 음과 양은 서로 곁을 지켜 주지만 뒤섞일 수 없듯이, 디오니소스와 예수도 늘 서로 함께 하지만 뒤섞일 수 없으며, 동시에 완전히 다른, 즉 정반대의 존재들입니다.


이것과 저것은 다릅니다. 그 다름을 가르치려고 애를 썼던 최초의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그는 현상의 원리를 다름으로 설명한 것입니다. 니체는 그것을 다양성의 원리를 동원해서 비유적으로 설명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 원리를 쇼펜하우어에게서 배운 게 틀림없습니다. 그는 이 철학자의 대표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책을 14일 동안 침대와 소파를 오가며 하루에 4시간만 자며 독파를 해 냈다고 고백까지 했습니다.


나도 대학생 시절 구내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사 들고 집으로 와 읽기 시작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독일 유학시절, 우연히 바이로이트라는 대학에서 공부하게 되었고, 거기서 발터 겝하르트라는 분을 통해서 니체의 깊은 심연을 접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역극학에서는 바그너가 활동했던 도시라는 바이로이트 대학의 특성상 그의 낭만가극을 금요일 저녁마다 감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쇼펜하우어를 천재라고 찬양하던 두 천재의 만남, 아니 음악가와 철학자의 두 개의 서로 다른 정신이 번개처럼 교차하던 자리에 쇼펜하우어가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릴케에서 괴테까지 아우르면서 서서히 생철학의 계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시작된 현상에 대한 관찰은 에피쿠로스라는 정원의 철학을 관통한 후, 괴테에 의해 삶이라는 비유의 강물을 따라 흐르더니,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라는 우물에서 연꽃으로 피었고, 그것은 바그너와 니체에 의해 찬양의 형식으로 하늘에 이르기까지 했으며, 릴케에 의해 다시 상징적 비유로 옷을 갈아입으며 별처럼 불멸이 되고 있었습니다.


삶이 불멸이 되는 길을 확인한 후, 밤하늘에서 별들을 보게 되었고, 별들이 발아래 놓이는 무대를 체험한 후, 모든 것은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것에도 미련을 두지 않을 용기가 생긴 후, 마음의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범종처럼 모든 것을 비워내도 상실의 두려움 없이, 오히려 세상을 위로해 주는 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참다운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늘 반대를 인정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음과 양을 모두 품으려 애를 썼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 이론을 배운 후,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을 품을 수 있었고, 에피쿠로스의 아타락시아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바위의 힘을 깨달은 후, 우주를 향한 길을 알려주는 제논의 아파테이아도 알게 되었으며, 쇼펜하우어의 돌이 별이 되는 이야기를 읽은 후, 헤겔의 절대정신이라는 낭만적인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달랐지만, 살로메라는 같은 여인을 사랑했던 니체와 릴케는 삶과 죽음 위에서 춤을 췄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괴테와 실러로 대변되는 고전주의까지 품게 되었습니다. 그때 심연은 정말 별들로 충만했습니다.


회개는 구원의, 사바세계는 해탈의, 사람은 초인의, 삶은 인식의, 대립은 조화의 조건입니다. 경쟁은 화합의 전제이고, 불편은 편안의 원인이며, 싸움은 승리의 시작일 뿐입니다. 태극 속의 음과 양은 완전히 다르지만 서로 사랑합니다. 그것은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디오니소스 대 십자가에 못 박힌 자! 서로 다른 둘이 서로를 위한 조건이 되어 돌고 있을 뿐입니다. 니체는 이 음과 양의 합창을, 선악의 저편이 전하는 복음 소식을 전하고 있을 뿐입니다.




작성 2023.02.06 08:20 수정 2023.02.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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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