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견 출판사에 견학을 갔을 때 편집자 생활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은 임원 한 분에게서 들은 말이 오래도록 남아 있습니다. “10년은 되어야 전문가죠. 3~4년은 보조 편집자예요.” 사실, 책 만든 지 2년쯤 지나고 나면 이제 세상의 어떤 책이든 다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죠. 이미 나온 책을 평가하는 기준도 나름 객관적으로 보이고요. 자기가 쓴 보도자료를 읽으며 감탄하곤 합니다. “이런 명문을 누가 썼단 말인가!” 이슈가 된 책이나 선배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대할 수도 있게 됩니다. 실제로 이때쯤이면 책 한 권을 진행하는 것은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책 한 권을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책 한두 권 만들어 본 것으로 오만해져서는 곤란합니다. 한 권 한 권을 만들면서 어디로 나 아갈 것인가가 중요하죠. 한 권 한 권을 만들면서 무엇을 얻었는가가 중요하죠. 3~4년 동안의 편집자는 남이 깔아 둔 멍석 위에 있는 존재입니다. 누군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얹기는, 밥상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 하는 일이지요. “공부와 경험이 중요합니다. 자신감이 실력이에요. 필살기를 기르세요.” 그 임원이 덧붙인 말입니다.
그러니까 ‘보조 편집자’로 살 수 있는 첫 3~4년의 권리를 누리시기를 권합니다. 일을 주도하여 성과를 보일 실력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탱천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당연히 영광은 없고 상처만 남지요. 그래서는 ‘10년 전문가’ 커녕 오래 못 갑니다. 상처보다는 작은 보람들을 소중히 하시길 바라요. 늘 ‘판’을 읽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책임을 지는지 알려고 하세요. ‘내 일’을 해야지, ‘남의 일’을 하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무엇이 내 일이고, 무엇이 남의 일이죠? 그것을 아는 것이 ‘공부’입니다. 경험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지요. 경험해서 배운 것에는 자신감이 붙습니다. 주변에 의지해서 ‘홀로서기’를 해 봅 시다. 곁에 ‘좋은’ 선배 한 분만 있어도 잘 따라 배울 수 있어요. 기본을 지키고 원칙을 따라 가면 됩니다. 이럴 때는 어디에도 숨지 마세요. 자존심은 좀 감출 줄도 알아야죠. 선배나 상사에게 야단 맞는 법도 익히시고요. 기획서 들고 회의에 들어가면 늘 혹평을 듣는다고요? 잘한 건 당연한 거라 넘어
가고, 사소한 실수는 어째 하나도 그냥 놔 두질 않으실까요? 잘못을 지적해야죠, 당연합니다. 아마도 신입사원의 업무의 절반은 ‘견디는 것’일 겁니다. 전혀 다른 세상에 막 진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요?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