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책] 봄 없는 봄

전승선 지음

그날, 제주


기억의 문을 열면, 그날 한없이 찬연하고 순명한 젊은이들이 있다. 섬에서 태어나 섬처럼 살아가던 제주 사람들은 바다와 땅과 한라산을 전부로 알고 순박하게 살아갔다. 이념 따위는 몰라도 되는 이름다운 섬에서 국가가 휘두른 폭력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그렇게 무장대가 되고 빨갱이가 되어 억울하게 사라져갔다. 그날, 4월 3일은 제주도의 상처를 넘어 대한민국 역사의 상처로 깊게 남았다. ‘봄 없는 봄’은 한반도 최남단의 고립된 섬 제주도에서 용수국민학교 선생님 태능과 천진 발랄한 명량해녀 영해의 가슴 뜨거운 사랑과 운명 이야기다. 지금도 저 가슴 깊은 곳에 돌덩이처럼 남아 있는 제주의 한이자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역사의 아픔이다. 그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 놓고 있다.

 

증오에서 사랑으로

다시, 봄은 온다. 통한의 세월을 묻은 얼어붙은 땅을 비집고 해마다 봄은 온다. 바닷바람을 품은 노란 유채가 피고 동백이 붉은 잎을 떨어트릴 때 생명과 평화의 섬은 부활하고 있다. 증오와 미움을 넘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소설은 제주항쟁에 제물이 된 젊은이들의 처절하고 아름다운 청춘연대기다. 해녀 영해와 초등학교 선생님 태능을 통해 국가의 폭력을 목숨 걸고 저항으로 맞선 슬프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이제 증오에서 사랑으로, 고통에서 희망으로 새로운 이름을 제주의 땅에 새길 수 있을 것이다. 전승선 작가가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본 그날,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흔적을 되새겨주고 있다.

 

자연과인문 刊 / 전승선 지음

 

작성 2023.04.04 09:56 수정 2023.04.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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