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학사가 교육현장을 모른다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관리자 자신도 자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자기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실정 자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의 장벽이라고 자신에게 접근하여 친근하게 하는 부하직원이 능력이 없고 교사로서 자질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우수한 교사로 보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 교사들이 관리자들에 접근하겠는가? 자기의 능력 부족과 자신만의 이익을 노리는 불순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교육현장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장학사가 교육현장을 모른다는 것은 장학사로서의 자격이 없을뿐더러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다.
교육현장을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위에서 지시대로 공문서나 처리하느냐 교육 현장을 돌아볼 틈이 있겠는가? 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장학사가 교육현장을 모르니 장학업무를 어찌하겠는가? 그야말로 탁상공론이나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학년 초가 되면 교육과정 수립으로 일선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정말 눈코 뜰 사이가 없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사례가 있다는 가정을 해보겠다.
요즈음 초등학교 현장에는 담임교사와 교과전담교사가 있다. 담임교사란 학급 어린이를 맡아 지도하는 교사로 그동안 월 11만 원의 담임 수당을 받아오던 것이 교총의 노력으로 금년부터 13만으로 인상되어 지급된 걸로 알고 있다. 교과전담교사란 담임교사의 수업시수를 줄여주기 위해 학교에 따라 영어, 과학, 체육, 도덕, 음악, 미술 등 과학과 예능과목의 수업을 전담하여 가르치는 교사를 말한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교과전담교사는 항상 소외 받고 어린이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어린이들이 담임교사의 말을 잘 들어도 교과 전담 교사들의 말은 잘 듣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으며 성과급 등에 불이익을 받고 있는 열외 취급받는 교사들이다. 물론 학교에 따라 영어 등 우수한 인력을 교과전담교사에 배치하여 어린이들의 특기를 신장하려고 배려하는 교담교사를 우대하는 학교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대부분은 분만대기 여교사, 변약한 교사, 학생 지도에 부적합 교사, 이동이 예상되는 교사들을 교과전담교사로 배치하기 때문에 그들은 항상 소외와 담임 수당도 못 받고 성과급에서도 최하등급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런 교사들이 맡은 수업시간은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학교 실정을 감안하여 통상 주당 15시간부터 24시간까지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18시간에 교담 시간의 적정선으로 보고 대부분의 학교가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이런 교사들을 관리자들이 좀 더 긍정 시선과 따뜻한 배려로 교원의 사기를 진작시켜 다 함께 일하는 분위기를 연출해야 할 곳인데 무지한 관리자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오히려 얕잡아 보고 무시하는 못된 관리자가 있고 그런 세력을 비호하는 장학사가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만약 어떤 학교에서 관례적으로 교담교사에게 수업 시간을 담임교사와 똑같이 배정하고 주당 21-22시간의 수업시수를 배정한 것에 대해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안했으나 묵살하고 그 합리성을 제안하는 사람을 제재할 목적으로 장학사에게 부탁했다는 개연성이 드러난 전 학교에 업무연락을 뿌려 교과전담시간을 일방적으로 감축하여 학급담임교사 수업시수 증가에 따른 불만이 제기되지 않도록 적절한 안배를 부탁한다는 장학사와 관리자 간의 개인적인 연락이 왔다고 해보자.
그 개인적인 연락을 참고하여 관리자는 학교관리에 참고해야 할 것인데 만약 그 개인적인 연락을 전 교사에게 팝업으로 전달하여 교과전담교사들의 분노와 사기 저하를 시켰다면 그 책임은 응당 관리자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연락을 그대로 비밀을 준수하여 처리할 사안이고 자기 학교와 맞지 않는다면 묵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내용이 교과전담교사들이 과중한 수업시수 줄여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요구와 대치되는 학급담임교사들의 비호로 교과전담교가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기 위해 개인적인 연락을 공개한 관리자와 장학사가 있었다면 징계가 마땅하다.
이런 학급담임만을 비호하는 장학사가 있다면 학교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이다. 또한 이러한 개인적인 업무 연락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연락사항을 전 교사에게 고지할 이유가 없는데도 고지해 놓고 그 사실을 특정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관리자는 정말 자기반성을 하지 않고 변명과 자기 권위 지키기에만 급급한 저급한 관리자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불합리한 교육여건을 시정해달라고 건설적인 교사의 민원을 묵살하고 독재 강화를 위해 자기 학교의 실정도 파악하는지 모르고 전 교사가 불만이 없도록 관리기능을 발휘해야 함에도 제 고집만을 부려 전 교사들의 비난을 받는 관리자는 퇴출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을 모르는 관리자나 장학사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사람들은 학부모들을 잘 구슬려 자기가 불리할 때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못된 비교육적인 술수를 쓸 개연성 매우 크다. 제발 이런 관리자가 있다면 그런 관리자가 세상을 바로 눈을 뜨도록 하는 것이 혁신이다. 장학사와 관리자 사이에 주고받은 연락을 공문이라고 착각하여 보안을 유지 못하고 자기 비밀을 전 교사들에게 공개한 관리자가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현장을 모르고 교담교사의 고충을 묵살하고 담임교사를 비호하는 세력으로 둔갑하는 현장을 모르는 장학사는 참으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제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교사들이 얼마나 말 없이 고생하고 있는지 어려운 교사들의 고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관리자 책상머리에서 떠오른 생각을 실천하여 어려움에 처한 교사를 더 어렵게 만드는 관리자는 관리자로서 자격을 잃었다. 그런 관리자를 비호하여 몇몇 관리자의 의견이 한 지역의 교육 현장의 실제 모습인지 객관성 없는 지극히 주관적인 척도로 지시 명령하는 장학사들도 눈을 바로 뜨고 교육현장 살피라고 충고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교육현장에는 교육현장을 전혀 모르는 엉뚱한 지시 전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런 사례가 없도록 장학사는 장학업무를 똑바로 하여 현장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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