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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과 소녀
옛 버들의 새 가지에
흔들려 비치는 부서진 빛은
구름 사이의 반달이었다.
뜰에서 놀던 어여쁜 소녀는
‘저게 내 빗이여’ 하고 소리쳤다.
발꿈치를 제껴 디디고
고사리 같은 손을 힘있게 들어
반달을 따려고 강장강장 뛰었다.
따려다 따지 못하고
눈을 할낏 흘기며 손을 들었다.
무릇각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장자장’ 하더라.
[한용운]1879.8.29. ~ 1944.6.29.
민족대표 33인 중 불교계의 대표로 3.1 독립선언을 이끌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한국 불교계의 분열을 막고자 힘쓴 승려이자 저항적 민족시인, 독립투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