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를 다녔던, 그리고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모시는 신이 한 분 계십니다. 바로 ‘교대신’입니다. 어떠한 꾸밈도 없이 직관적인 이름을 가진 이 신은 어떤 교대의 미술교육과 학부생이 그린 하나의 그림에서부터 탄생했습니다.
인도신 비슈누의 모습을 본뜬 이 교대신은 신이 교대생을 만들 때 이 신을 참고해서 만들었다는 전설과 함께 구전됐습니다. 교대신의 왼손에 들린 플로피 디스크는 이 그림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가졌는지 짐작케 합니다. 또 이 그림의 압권은 각각 발레슈즈와 축구화를 신은 두 발과 얼핏 보면 지나치기 쉬운 맨 아래 왼손에 든 단소입니다.
이것만 보면 대체 교대는 뭘 하고 뭘 배우는 곳인지 일반대를 나온 분들은 아리송할겁니다. 초등교사는 기본적으로 초등학교 전학년, 전과목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하는 모든 과목의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여 4년 내내 초등교육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를 잘 반영한 그림이 바로 저 교대신이며 그래서 오랜기간 동안 교대인의 상징으로 기억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교대신이 보우하사 4년 동안 교대 생활을 잘 마치고 임용고시까지 치르면 이제 본격적인 교사로서의 생활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교대신의 보살핌을 벗어나니 더 어마무시한 교사신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달라진 건 발레슈즈 대신 실내화를 신는다는 거 뿐, 여섯 개의 팔로는 교사의 하루를 감당하기 힘듭니다.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만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유급식을 챙기는 것도 담임의 몫이기 때문에 우유를 드는 손도 추가해야 합니다. 가정통신문이나 안내장을 수합 하는 손, 수업 준비와 업무를 위해 손과 물아일체가 된 마우스를 잡는 손, 복도에서 뛰는 친구 잡아내는 손, 학부모와 소통을 위한 도구를 들고 있는 손, 원격수업을 위한 태블릿과 웹캠 등 각종 디바이스를 다루는 손 역시 필요합니다. 또한 교실에서 일어나는 각종 논쟁에 현명한 판결을 내려야 하므로 판사봉을 들고 있는 손도 언제나 준비돼야 합니다. 급식지도를 위한 급식판과 수저, 젓가락을 들 손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교대신이 들고 있던 6개의 팔까지 포함해서 열 개가 넘는 팔이 매일매일 언제나 바로 사용 가능한 상태로 근무하는 것이 바로 교사입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 손들이 교사가 하는 일들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겁니다. 교사가 하는 일을 모두 모아 교사신 최종본을 그린다면 마치 에일리언이나 지네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사신에게는 뒷통수에도 눈이 달려있어야 합니다. 앞에 있는 두 개의 눈으로는 부족합니다. 칠판에 판서를 하고 있더라도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을 잡아낼 수 있는 뒷통수의 눈이 추가됩니다. 원래 있는 두 눈도 한 눈으로는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한 눈으로는 학생들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그 역시 교사가 되면서 가지게 되는 교사신의 특별한 무기입니다.
뭐 그래봤자 교사신이라고 말만 신이지 교대신의 연장선 혹은 하는 일 많은 흔한 직장인 중 하나 아닌가 싶겠지만, 교사신에게는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없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마음의 눈입니다. 아이들과 진실된 감정을 나누고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서는 이 마음의 눈으로 아이들과 대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찌보면 이땅에 있는 모든 교사들이 모시고 있는 교사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일겁니다.
교대 시절부터 마음속에 씨앗처럼 품고 있던 이 마음의 눈은 교사가 되면서 싹이 트고 꽃이 핍니다. 교사신이 가진 마음의 눈의 생김새와 향기는 오직 아이들만이 보고 맡을 수 있습니다. 마음의 눈으로 본 아이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새롭습니다. 그리고 특별합니다. 이 아이들 모두에게 한 명씩 마음의 눈을 맞추며 진심으로 사랑을 전할 수 있을 때 우리 교사들이 진정한 교사신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부터라도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더 따스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K People Focus 별무리쌤 기자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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