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귀자(1955~ ) 작가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고 1978년 ‘문학사상’에 단편 ‘다시 시작하는 아침’, ‘이미 닫힌 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주로 일상적 현실 속에서 갈등하는 소시민들의 생활을 쓴 작품들로 유명하다. 특히, 경기도 부천에 사는 서민들의 애환을 그린 ‘원미동 사람들’은 1980년대 단편문학의 정수라는 평가도 받기도 했으며 '천년의 사랑'은 2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소설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안진진 이라는 25세의 여성을 통해 인생의 모순에 관해 이야기한다. 안진진은 이모부가 소개해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은 휴학을 반복하고 있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겨우 취직한 것이다.
안진진의 가족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동생 안진모가 있는데 아빠는 진진이 어릴 때 집을 나가 가끔 들어오더니 지금은 몇 년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빠는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해 집안을 다 때려 부수고 엄마도 때린다. 그때마다 진진의 남매는 이모 집으로 피신을 가야 했다. 엄마는 혼자 생활전선에 나서 시장에서 속옷과 양말을 팔면서 억척스럽게 살아 이제 내 집을 장만했다 동생 안진모는 조직의 보스가 되는 게 꿈인 철없는 아이다
진진은 엄마와 동생을 보면서 대충 살다 간 안 되겠다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각성하기 시작한다. 진진에게는 이모가 있는데 엄마와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다. 4월 1일 만우절 한날한시에 태어나 25살이 되던 4월 1일 만우절에 동시에 결혼을 했는데 둘의 삶은 엄마는 단칸방에서의 비루한 삶으로, 이모는 풍요로운 저택에서의 삶으로 나뉜다. 이모부는 건축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고 아주 성실한 사람이며 이모는 엄마보다 훨씬 젊고 예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살고 있는 엄마와는 극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모의 아들과 딸인 주혁과 주리는 미국에 유학 중이다. 이모는 자식이 곁에 없으므로 주인공을 각별히 아낀다.
진진은 결혼을 꿈꾸고 있고 진진의 앞에는 김장우와 나영규라는 두 명의 남자가 있다. 둘 다 진진을 좋아하고 진진도 둘 다 마음에 든다. 김장우는 마음이 따뜻하고 낭만적이다. 형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좋아하고 틈틈이 사진을 찍는 야생화 사진작가인데 문제는 가난이다. 형이 사업에 실패하자 가진 돈을 모두 형에게 주고 형과 함께 산다.
장우는 레스토랑 가격이 얼마인지도 몰랐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으로 데이트 계획보다는 늘 진진이 괜찮은지 살피고 묻는 사람이다. 반면 나영규는 유복하게 자란 청년으로 유망한 앞 날이 기대되는 직장인이다. 진진은 두 명의 남자와 동시에 데이트를 한다. 아직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장우는 감성적이다. 들꽃을 찍고 세상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에 감동하고 나영규는 계획적이고 빈틈이 없다. 진진과의 데이트가 잡히면 어디로 드라이브를 가고 어느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를 갔다가 영화를 보고 코스를 미리 짜는 철저한 사람이다. 장우는 진진의 아빠를 닮았고 영규는 진진의 이모부를 닮았다. 진진은 감성적이고 착한 김장우가 마음에 든다.
동생 진모는 여자 친구의 배신으로 상대 남성을 폭행하여 감옥에 갔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5년 만에 아빠가 집으로 돌아온다. 세상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중풍과 치매가 찾아오자 들자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 아빠를 엄마는 내치지 않고 돌본다. 진모의 형을 줄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아빠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여전히 불행하면서도 활기차게 악다구니를 쓰면서 산다,
이모가 자살을 했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며 모든 것을 누리던 이모가 자살했다니 의아하다. 진진은 타인의 삶을 바라볼 때와 직접 살아보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이모는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 이후에는 더욱 평탄해서 도무지 결핍이라곤 경험하지 못하게 철저히 막아 버린 지리멸렬한 삶이라고 유서를 남겼다.
진진은 김장우에게 사랑을 느끼고 나영규의 청혼을 거절하려고 하지만 결국 나영규를 선택한다. 엄마와 이모의 모순된 삶을 보면서 이모가 살았던 평탄한 삶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영규를 선택하는 모순이다. 엄마는 너무 힘든 삶을 살고 있어 금방이라도 포기할 것 같지만 악착같이 일어서고 이모는 더 바랄 거 없는 풍족한 생활에 삶을 그냥 즐기기만 할 것 같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것은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하지도 않고 가난하다고 해서 무조건 불행하지도 않음을 말해주지만, 주인공 진진은 이모의 풍족함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결과는 자기의 선택과 책임일 것이다.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는 살아봐야 한다. 자신에게는 좋은 일들만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기중심적인 인간의 모순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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