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8일 아산 현충사에서 거행된 충무공탄신다례제에 참석했다. 해마다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는 대통령이 참석하다가 국무총리로 격하되었으며 결국 국가유산청장이 참석하는 행사로 바뀌었다.
대통령이 없으니 대통령권한대행 총리는 꽃바구니만 보내고 나타나지 않았고, 총리가 안 오니 눈치 볼 것 없다는 판단인지 해병대 의장대도 안 오고 그렇게 많이 오던 국회의원, 군 고위 장성들도 거의 안보였다. 통수권자가 없으니 이런 행사도 오합지졸이 되어버린 것일까.
그러나 의병이 나타났다. 이순신 장군 묘소를 참배하는데, '금신전선상유십이'라는 글을 새긴 옷을 입고 부산에서 온 청년을 만났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즐겨 드셨다는 일명 '군평선이'라는 구운 줄돔 안주에 '독도소주'를 장군 묘소에 올리고 참배를 했다.
관군이 지리멸렬할 때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의병들과 바다의 이순신 장군이 조선을 구했다. 부산에서 온 청년은 눈치만 보는 고관들과 고위 장성들보다 훨씬 믿음직한 대한민국의 의병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위기 때 마다 나라를 구한 것은 민초들이었다. 임진왜란 개전 초기에 나라의 녹을 먹는 자들이 도망가기 바쁠 때 지방의 유생들과 수도하는 스님들이 격문을 돌려 의병을 일으켰다. 의병 중의 상당수는 이순신 장군 휘하로 가서 왜군과 싸웠다. 이순신과 함께 싸우면 죽지 않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혼란의 시기에 이순신과 같은 큰 지도자는 왜 보이지 않을까.
[이봉수]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