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수린(1982 - ) 작가는 연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였고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작품으로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등이 있고 한국일보 문학상,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문학 동네 젊은 작가상 등이 있다.
이 작품은 2022 김승옥 문학상과 2022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반려 앵무새와 70대 여성의 인연에 관한 아름답지만, 쓸쓸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그녀는 평온하고 고요한 노년의 시간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남편이 죽고 혼자 늘 똑같은 루틴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를테면 월요일 오후엔 장을 보러 가고, 화요일엔 아쿠아로빅을 하고, 수요일 저녁엔 평생교육원에서 수필 수업을 듣고 매일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나서 천변에 나가 일만 보씩 걷고 이런 식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사위가 앵무새 한 마리를 데리고 온다. 사위는 대뜸 그녀에게 한 달간 앵무새를 맡아 달라 부탁한다. 동물을 기르고 싶다는 아이들의 요청으로 앵무새를 샀는데 앵무새가 쪼고 무섭다고 기겁하여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한 달만 봐달라는 거다. 마지못해 사위의 부탁을 허락하고 그녀의 딸 ‘인서’가 어릴 때 병아리를 사와 닭이 되기까지 길렀던 때를 회상한다.
앵무새를 맡은 지 일주일이 되도록 전화 한 통 없는 딸에게 전화를 하지만 둘의 사이는 서먹하다. 앵무새가 아픈지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자 수의사는 앵무새는 관심과 사랑을 많이 필요로 해서 새장에서 꺼내어 놀아주기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앵무새 돌보기는 고역이다. 하루 두 번 물과 사료를 줘야 하고, 거실 바닥에 앵무새 사료와 노란 솜털이 나뒹구는 탓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기를 돌려야 하고 앵무새가 외로움을 타지 않도록 한 시간마다 새장을 열어 놀아주기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앵무새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다.
쓰다듬어 달라 머리를 들이밀고, 소파에 앉아 연속극을 보고 있는 그녀 옆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앵무새가, 어느새 그녀의 마음속에 한자리를 차지한다. 성심껏 앵무새를 돌보는 마음은 주인공이 어린 시절, 돌봄을 받았던 기억으로 이어진다. 수두 자국이 있어도 예쁘다고 말해줬던 유일한 사람인 춘식이 삼촌, 난생처음 아이스링크에 데려가 줬던 대학생 언니 오빠들, 그녀를 업고 뜸북새 노래를 불러주던 아홉 살 많은 사촌 언니 등이다. 이윽고 한 달이 넘어가고 사위가 앵무새를 데려간다. 이번 주는 수필 수업이다. 수필이 써지지 않아 고민하던 중 앵무새의 솜털을 발견하고 앵무새를 생각하니 글이 써진다.
작품은 사랑과 상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랑의 대상은 사람이 될 수도 동물이 될 수도 있다. 주인공의 상황은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그런대로 살아갈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사랑을 줄 대상도 필요하고 사랑을 받을 대상도 필요하다. 사랑은 꼭 이성 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누구에든지 향하는 사랑은 우리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이며 그것이 세월이 지나 과거가 되어 상실감을 주거나 시간이 흐르고 잊고 추억하며 되돌아볼지라도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할 삶의 동반자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혹시 외로운 노부모가 있는가. 주변에 힘든 사람이 당신의 사랑을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랑하며 살자.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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