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소화,
난 너의 전생을 알고 있다
궁녀였던 너는
단 하룻밤 임금과 나눈
봄꿈과도 같은
사랑의 흔적을
온몸에 아로새겨놓고
매일매일
정인을 기다리며
임을 향한 그리움을 붉게 키워왔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임을 보기 위해
더 멀리 보려고 높은 담장을 훔쳐보았고
행여, 임의 발자국 소리라도 들을까 하여
누구보다 큰 귀를 활짝 열어두었다
동작대교 아래서 만난 소화
담쟁이를 타고 올라간,
아직도 변함없는 붉은 마음 한 조각을 읽었다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세로
다시 성은을 입을 때까지
오늘도 임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제공 : 도서출판 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