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침묵의 서敍
어느 시점에서 하직할까
어느 지점에서 굴러 떨어질까
지금 해는 내 기대를 뿌리치고
고독의 손수건을 흔들며 사라진다
외로움, 두려움, 침묵
죽음의 블랙홀
- 시 <일몰日沒>
2부 평화의 서舒
정오의 타종打鍾
잠시 시간은 멎고
지상의 안식을 고告하는
낯익은 음성이 울려 퍼진다
육신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햇살의 속삭임
육신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평화의 나래 짓
정오, 잠시 사라진
내 그림자를 잊고
나는 가벼이 뜬다
- 시 <빛과 그늘 1>
3부 시간의 서書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것
트인 하늘이며, 어느 산 밑으로 향하여
감격할 수 있는 불면의 눈은
화끈히 달아오르는 불덩이
열망하듯 호소하듯,
그것은 귀한 보석을 지닌 것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아주 먼 날들을 더듬어
훈훈한 초원으로 풍기는 바람 속,
생명으로 이어오는
많이 반짝이는 별처럼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
아직 남아 있는 시간과
마음껏 주어진 자유로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많은 소망으로 애무愛撫하는
이 절대絶大한 생명의 의무
-시 <눈물의 의무義務>
자료제공 : 시간의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