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권의 독립은 사법부 스스로가 지켜내야 한다

 

법대생들이 마지막으로 배우는 과목 중에 법철학이 있다.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정의인가 하는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다루는 과목이다. 법률가들이 들으면 굉장히 도발적인 법 격언들도 가르친다. 이를테면 "법률가는 나쁜 이웃이다"라거나, "법전은 요술 상자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법률가는 나쁜 이웃이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있고, 최근에는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도 생겼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법꾸라지가 되어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데, 그 중심에 법률가들의 도움이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판사들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결한다. 그러나 아직도 '나쁜 이웃'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법전을 영어로 코드(code)라고 한다. 법관은 미리 결론을 정해 놓고 거기에 적용할 법조문인 코드를 요술 상자로부터 뽑아내는 기술자라는 비아냥거림까지 있다. 양심이라는 것도 법관마다 다른 주관적인 것이라 속된 말로 엿장수 마음대로다. 이럴 바에야 '나쁜 이웃'보다는 인공지능 판사에게 판결을 맡기는 것이 훨씬 더 정의로울 것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단적으로 입증한 재판이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재판이다. 기소된 지 3년 10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일심 판결이 나왔다. 피고인들이 줄줄이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그 사이에 시장의 임기는 끝났고 국회의원의 임기도 거의 끝나버렸다. 결과야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공판 준비한다고 미적대고 인정심문 한번 하고는 차기 변론 기일을 잡고, 증인들 부른다고 또 변론 기일을 연기하는 이런 행태를 두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의 인사 청문 절차와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 대법원장에 취임했다. 그의 취임 일성은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다. 사법부는 무엇이 법인지를 확인해 주는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다. 사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 법관들은 정의가 무엇인지 신속하게 확인시켜 주고 억울한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새로 취임한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사법부 구성원 전체가 심기일전하여 당당하게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내기 바란다.
 

작성 2023.12.12 11:14 수정 2023.12.1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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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