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이 많이 와서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처럼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지난주는 최강한파가 몰아쳐 춥기까지 하니 유독 출퇴근길이 고역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지난 금요일은 크리스마스 연휴가 코앞이라 신나는 마음으로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얼음장 같은 날씨에 몸을 잔뜩 웅크려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어??!!! ○○쌤이다!!!!!’ 하며 저를 알아보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가 나를 이렇게 반가워하나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작년 제자 K군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저희 반이었던 K군은 농구를 아주 좋아하는 씩씩한 남학생입니다. 또 성격이 상냥하며 아주 애교스럽고 정이 많은 친구입니다. K군의 어머니께서도 형이랑은 성격이 딴판이라면서 마치 딸 같은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하실 정도였습니다. 어쩌다 제가 사정이 있어 급식이라도 거르면 선생님 걱정에 안절부절못하며 걱정을 내비치는 아이이기도합니다.
제가 작년에 코로나에 걸려 심하게 앓고 나서 학교에 복귀한 날 아이들은 복도에 아기새처럼 모여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K군도 있었고 저 멀리서 좀비처럼 걸어오는 저를 보고는 입으로 ‘으아아 앙’ 우는 소리를 내며 두 팔 벌려 달려왔습니다. 그러다 저를 꽉 안으면 제가 쓰러질 거 같았는지 그냥 앞에서 다리만 동동거리며 절 반겨주었습니다. 이게 K군이 제게 한 포옹의 첫 기억입니다.
두 번째 기억은 올해입니다. 6학년이 된 K군과 저는 다른 층을 쓰기 때문에 좀처럼 마주칠 일이 없습니다. 그러다 제가 6학년 교실 앞을 지날 일이 있었던 어느 날, 오랜만에 K군을 마주쳤습니다. K군은 저를 보자마자 특유의 동동거림과 함께 제 목을 껴안고 ‘○○쌤~~~’하며 매달렸습니다. 주변에 있던 덩치가 산만한 다른 6학년 친구들은 K가 저러는 것은 처음 본다며 황당한 얼굴이었습니다. 저도 그날은 6학년 아이들이 빙 둘러있는 데서 아이가 저에게 대롱대롱 매달리니 약간 당황해서 안겨있는 K군의 어깨만 토닥토닥해줬습니다.
세 번째가 바로 앞서 말씀드린 지난 금요일입니다. 이제 제 키만큼 훌쩍 큰 K군은 복도를 걸어오는 저를 발견하고는 발을 구르며 양팔을 쭉 뻗어 저를 포옹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쩜 저렇게 하나도 변하지 않고 똑같은지 너무 웃기고 귀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도 양팔을 벌려 K군을 꽉 안아주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두툼한 패딩을 입은 두 사람이 마치 펭귄처럼 얼싸안고 있는 모습이었을 겁니다. 며칠만 있으면 졸업이라 졸업 축하 인사를 건네도 K군은 그냥 가만히 저를 꽉 안고만 있었습니다. 마음이 여린 K군이 울컥하고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K군의 마음이 전해져 저도 마음이 찡했습니다. 그러나 아침부터 아이를 울릴 수 없으니 ‘으이그, 내 새끼.’하며 저는 K군의 두툼한 패딩 위로 궁둥이팡팡을 날리고 포옹을 마무리했습니다.
독자님들은 이렇게 보자마자 양팔을 벌려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 계신 가요? 올 크리스마스에는 내 주변의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을 꽉 안아주며 따뜻한 말을 전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독자님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K People Focus 별무리쌤 기자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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