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십자가

윤동주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

1917년 길림성 화룡현 명동촌 출생

1945년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

도시샤대학교 영어영문학

1999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선정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

 

작성 2023.12.25 09:45 수정 2023.12.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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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