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한 해를 보내며

이은춘

 

한 해를 보내며

 

 

밤 깊은 누대에서 등불 돋우고 앉았으니 

고요한 하늘가에 기러기 떼 돌고 있다. 

겨울은 행장을 차려 옛집으로 돌아가고 

봄소식 정한 기약 다시 돌아오는구나. 

 

언덕위의 버들가지 곧 잎이 피게 되고 

창밖의 매화는 향기를 토하려고 한다. 

꼬기요 닭 우는 소리 아직 그치지 않았는데 

새해 새날에 동쪽을 향하여 문을 연다. 

 

除夕 제석

 

挑燈起坐夜深坮  조등기좌야심대 

漠漠天涯雁陣回  막막천애안진회 

黑帝行裝潛邸去  흑제행장잠저거 

靑皇消息定期來  청황소식정기래 

 

岸頭絲拂將舒柳  안두사불장서류 

牕外花含欲吐梅  창외화함욕토매 

喔喔鷄聲猶未歇  악악계성유미헐 

新年新日向東開  신년신일향동개 

 

 

[이은춘]
해산 이은춘은 1881년 12월 19일 경남 창원군 구산면 마전리에서 아버지 이영하, 어머니 정귀선의 제6남으로 태어났다. 소년시절에 창원군 진북면 정삼리에 있었던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하였다. ​청년시절에는 한강 정구의 후학으로 성리학을 공부하면서 교동향교에서 가운 허정덕, 화산 임재식 등과 함께 지역유림으로 활동하였다. 경남 일대의 수많은 재실과 정자, 사당에 상량문이나 현판 또는 기문으로 그의 족적이 남아 있다. 

 

1966년 음력 11월 7일에 생을 마감한 해산 이은춘은 근대 경남 지역의 대표적 유생이다. 그는 세상을 마감하는 날 아침에 속을 깨끗이 비우러 화장실을 다녀와서 장손 이용효에게 "나 오늘 오후에 간다"고 말한 후, 그날 오후에 자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사이 좋게 잘 살아라"는 유언을 남기고 86세를 일기로 선승처럼 세상을 떠났다. 발인 날짜와 시간, 장지 묘소의 좌향까지 증손 이봉수에게 미리 알려주고 운명했다.
 

 

 

 

작성 2023.12.31 11:23 수정 2023.12.3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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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