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을 2014년 영화 ‘명량’ 부산 시사회 때 부산 서면 롯데시네마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객석에 앉아 있던 필자는 감독에게 이순신 장군역을 한 최민식 배우가 살이 너무 많이 찐 것 아니냐고 질문하였다. 김 감독은 다음에는 최민식 씨 살을 조금 빼서 나오도록 하겠다고 하였으나 ‘한산’에서는 박해일이, ‘노량’에서는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역을 맡았다.
‘노량’ 영화 개봉 다음 날 이봉수(前 서울이순신학교장) 이순신전략연구소장은 ‘사족을 너무 많이 갖다 붙인 허구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고 했는데 나 또한 영화 관람 후기는 더한 혹평을 할 수밖에 없다. 치열한 전투 장면과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혼합해서 무언가를 끌어내기 위한 억지와 이순신이란 상품을 잘 포장해서 시장에 내놓으면 당연히 장사가 잘되리란 제작자들의 생각이 바닥에 깔려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역사물의 한계일지 모른다.
부실한 왜선이 쏜 포에 맞고 거북선이 침몰하는 장면이나 진린 도독이 아들 이면을 죽인 일본군을 인계하는 장면 등은 역사 기록에 없는데 심하게 꾸민 이야기다. 김한민 감독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였냐고 질문하면 “천만 관객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할까?
스톱워치로 전투 장면 시작과 끝을 확인해 보았는데 1시간 11분 42초였다. 이순신 장군이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노량해전은 치열했던 전투 장면에 대한 감독의 과감한 투자로 보인다.
동이 틀 무렵 이순신 장군은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직감하고 큰 북을 치는 중에 적의 총탄에 맞아 전사하시는데, 그 순간 앞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들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개인의 삶은 철저히 버리고 오로지 나라와 백성만을 걱정하시다가 성웅이 되는 순간에 나 또한 슬퍼지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배우 김윤석의 절제된 표정과 감정 연기가 크게 한몫하였다. 천만 관객이 넘어간다면 이순신 장군이 7할, 김윤석의 연기가 3할이지 않을까 싶다. 고뇌하고 아파하는 이순신을 잘 표현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김명민 배우 이후 으뜸이라는 생각이 든다.
군에 있는 아들놈이 어제 카톡이 와서 ‘노량’ 영화가 그렇게 싱겁더란다. 젊은 청춘 눈에는 그렇게 보였는지 모르지만, 아들도 이순신에 관한 공부를 조금은 했던 터라 영 맹물은 아니어서 날카로운 비판을 늘어놓는데, 나는 “그냥 영화다” 한마디로 답했다.
이순신 영화로 천만 관객이 넘는다면 손익분기점을 넘어 상당한 수익이 날 것이다. 이순신 정신 선양 사업 단체를 살피는 것도 김한민 감독의 중요한 사회 기여 또는 재 투자가가 될 것이 분명하다.
2024. 1. 3.(수) 비 오다 갬
[심재훈]
부산여해재단 자치회 통합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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