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 칼럼] 이민구의 동주집(東州集)에 나타난 합포해전지 위치

합포해전지는 마산 월영대 인근의 합포만

조선 중기의 실학자이자 이조판서를 지낸 이수광의 아들 이민구(李敏求)는 그의 문집인 동주집(東州集)에서 “둔영을 임한 합포에서 왜적을 물리쳤다. 고운(孤雲)은 멀리 해곽을 떠났지만, 옛 누대(월영대)에 찬 달만 남았네(屯營臨乎合浦兮 曾習流而九伐…孤雲遠以海廓兮 留古臺之寒月)”라고 했다.《동주집(東州集)》(한국고전번역원)

 

월영대 /사진 출처 위키백과

 

월영대(月影臺)는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 정문 앞에 있는 누대로, 신라 말기의 학자인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해인사로 들어가기 전에 말년을 보내면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이다. 1993년 1월 8일 경상남도의 기념물 제125호로 지정되었다.

 

동여도

 

이민구(李敏求,1589~1670)는 동주집에서 이곳 월영대가 있는 합포가 왜적을 물리친 곳(합포해전)이라고 했다. 김정호의 동여도를 보면 월영대가 합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주집 표지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동주집 문집 제5권 / 부(賦)]​

 

서론

 

남정부 병서〔南征賦 幷敍〕 예전에 동정(東征), 서정(西征), 북정(北征) 등의 부(賦)는 있었지만 남정부(南征賦)는 없었으니, 어쩌면 나를 기다린 것인가.

 

내가 갑자년(1624, 인조2)에 능력도 없으면서 영남 관찰사가 되어 각 고을의 풍속을 모두 살펴보고, 그 지역의 풍토(風土)가 진실로 아름다운 것을 가상하게 여겼다. 선비들은 모두 겸양(謙讓)의 태도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 고을에 현달한 선배들이 있는지 물어보니, 또한 세상에 이름난 대가(大家)들이 많았다. 

 

오현(五賢) 선생이 동방의 해와 달이 되어 몽매한 후학들을 깨우쳐 주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을마다 뛰어난 선비들이 있음을 입이 마르도록 자랑하고,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흔쾌히 아로새기고 있었으니, 이들이 선배들에게서 본받은 것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지역에는 또한 시의 재료가 될 만한 유적과 기록이 매우 많았다. 산천(山川)과 영악(嶺嶽)의 뛰어난 경치는 맑고 그윽하며 툭 트이고 멀리까지 뻗어서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성정(性情)을 도야(陶冶)시킬 만하였다. 

 

푸른 바다에 가서 일출을 보는 데 이르러서는 사마장경(司馬長卿)이 〈자허부(子虛賦)〉에서 펼쳐낸 자랑거리는 하루아침에 보잘것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서둘러 창과 벽 사이에 종이와 붓을 마련하여 좌태충(左太沖)의 성대한 일을 모방하여 영남 지방을 드러내려고 하였으나, 공무는 바쁘고 재주는 모자라 세월만 보내며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였다.

 

지금 다행히 강원도 관찰사가 되어 공무의 여가에 지난 시절 지나가면서 눈으로 보고 기억했던 것들을 차례로 엮어서 자문에 대비한다. 그러나 대부의 능사(能事)가 아닌 것을 가지고 장부(壯夫)의 경계를 어겼으니, 집안사람이 장독 덮개로 쓰는 것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합포 관련 내용​]

 

회산은 마음의 상처 많았던 곳이라 / 檜山秀其情刃兮
군부가 지휘부를 옮겼네 / 軍府移其牙纛
둔영이 합포에 임하고 있으니 / 屯營臨乎合浦兮
일찍이 물길 익혀 적을 물리쳤네 / 曾習流而九伐
황금 부절을 연삭에서 받아 / 分金符於燕朔兮
옥장 받들어 왜놈과 싸웠지 / 奉玉帳以戎羯

......

(하략)

 

회산(檜山)은 현재의 마산합포구와 회원구 일원의 옛 이름이다. 군부가 지휘부를 옮긴 것은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병영이 합포에서 진주로 옮겨간 것을 말한다. 둔영이 합포에 임하고 있다는 것은 경상우병영이 합포에 있었다는 말이다. 일찍이 물길 익혀 적을 물리친 것은 이순신 장군이 이곳 합포에서 왜적을 물리친 것으로 해석된다.

 

동주집은 임진왜란 당대의 직접 사료는 아니고 개인 문집이지만 간접적으로 합포해전지를 유추할 수 있는 충분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 이민구는 경상도관찰사를 할 때 합포에 있는 월영대에 들렀던 기억을 한시의 형태로 남겼다. 월영대 근처의 합포만(마산만) 일대가 합포해전지임을 알 수 있는 기록이다.

 

 

[이봉수]

이순신전략연구소장 
https://yisoonsin.modoo.at

 

 

작성 2024.03.02 10:43 수정 2024.03.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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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