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근시 사회, 충동 사회

김관식

미국의 저널리스트 폴 로버츠는 『근시 사회』라는 저서를 통해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충동 인류의 미래”를 염려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개인과 사회의 관계가 바뀌었다. 우리는 모두 ‘내가 중심인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소비자 경제의 전반적인 체계는 개인의 관심사와 자아상, 내적 판타지에 맞춰 변하고 있다. 또 전 세계에서는 개인 맞춤형 삶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끊임없는 자아 표출 욕구는 한계를 넘어가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불안을 느끼고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당장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충동 사회로 바뀌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충동 사회의 특징을 “자기중심적인 소비자는 자신의 것을 과시하며 자기 홍보를 위해 애쓴다. 즉, 개인의 힘은 더 커졌지만 불안한 것이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 존재이며, 사회구조를 통해 중재될 때 자유가 의미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세계의 비 합리화, 비인격화로 인해 안정과 동맹의 핵심이 깨지고 있다. 힘은 커졌지만, 더 외로워졌고 불안과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문화와 생활방식에 많이 길들어진 우리나라 역시 폴 로버츠의 지적은 일부분 수긍이 가나 이러한 문제점을 정치, 경제, 사회적인 맥락에서만 한정해서 제기한 것들이어서 다소 근시안적인 해석이라는 비판 여지가 있는 지적이나 일리가 있을 것이다.

 

점점 사회적인 유대감이 점점 느슨해져 간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휩쓸고 간 이후 더욱 개인주의 생활방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욕망을 어떻게 하면 노력은 적게 하고 쉽게 달성하려고 하는 주식시장 같은 충동적인 욕망이 극대화되어 간다. 공동체의 이익을 도외시한 이기주의 문화습성이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다. 

 

노력하지 않고 쉽게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려고 하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여서 비리, 불법 등 편법 행위로 목적을 이룰 수밖에 없다. 그 극단적인 사회적 현상을 살펴보면, 전화 금융사기, 전세 사기, 마약, 밀수, 유흥업 등과 같이 남의 등을 쳐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쉽게 달성하려는 사회악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어려운 사람들의 피와 땀을 빼앗아 가는 부도덕한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이나 복권 사업의 흥행, 주식투자의 일반화 등 물욕을 충동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미덕인 사회로 정당화되고 합리화되어 간다. 나 중심 사회는 자기만의 개성을 강조하는 개인의 기호에 알맞은 맞춤 소비사회로 나아가게 되고,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위화감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부유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기 과시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배를 불린 소비 형태로 명품을 고액으로 사들여 자기를 과시하려고 한다. 

 

일반서민들은 사회적인 불평등으로 인한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끼게 되고,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황금만능주의의 계급의식이라는 가치척도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자아실현을 위한 불안한 열망을 만족시킬 새로운 사회문화가 절실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흐름이 포스트모더니즘을 낳게 된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나 중심 사회는 고독하다. 인터넷이나 미디어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가상의 세계를 사회적인 매개체로 인식하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의 정보에 의존한 소비생활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이기적인 고립된 생활 속에서 텔레비전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외모를 모방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환으로 자신의 외모 가꾸기라는 외모지상주의에 자신도 모르게 세뇌되어 간다. 

 

그런 결과 오늘날 장신구, 화장품 등 자신의 미모를 꾸미는 데 필요한 미용, 건강 산업이 발전하게 되었다.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성형외과, 그리고 비만 치료, 헬스장. 골프 산업이 날로 번창해져 간다. 고급의류, 장신구, 명품가방, 시계, 액세서리 등의 산업이 흥행을 이루고, 고급문화를 과시하기 위한 비싼 외제 차의 소비가 증가하게 되고, 정신적인 빈곤감과 허영심을 메꾸기 위한 취미 문화 활동이 일상화되는 사회가 되었다. 

 

물론 행복감은 개인차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것만으로는 행복할 것이라고 착각할 뿐 부유한 생활을 해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행복은 사회문화적인 관습에 따라 다르고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이다. 따라서 어떤 가치관으로 살고 있느냐에 따라 그 가치관을 만족시키는 생활을 해나갈 때 행복 지수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물질적 부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채워주는 최소한 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한 생활을 누린다고 하더라도 공허한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행복감이란 정신적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허기는 물질적으로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빈곤감에[서 벗어나고자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취미 문화 활동을 하거나 문화상품들을 소비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각종 문화산업과 종교활동, 스포츠 산업이 정신적 빈곤감과 자아실현으로 인한 불안한 열망을 충족시킴으로써 다소나마 심리적인 위안을 받고 살아간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나자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백화점이나 사회 교육기관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유 무료 꺾꽂이, 요리 강습, 컴퓨터, 사진, 서예, 문예 창작, 노래 부르기, 악기 연주 등 각종 취미 문화 강좌, 유적지 답사, 댄스 스포츠, 골프 강좌, 요가 활동 등 문화 센터에 나가 자신의 적성과 취미에 맞는 문화 활동을 하거나 여러 가지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으로써 자아실현을 위한 불안한 열망의 정신적인 허탈감에서 해방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아실현을 위한 불안한 열망은 오래가지 못한다. 한 가지 취미활동을 시작하다가 금방 싫증을 느끼고, 쉽게 다른 취미활동으로 옮기거나 아예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텔레비전의 영향이 크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취미활동을 소개할 때 멋있게 보이는 취미 문화 활동으로 여겨지면 그런 곳을 찾아가 등록하다가 좀 어렵다고 생각되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쉽게 포기한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한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광고 문화를 그대로 따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충족하며 살아가는 근시적이고 충동적인 생활양식은 동물적인 생존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고 자아실현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근시 사회의 충동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요구되는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4.03.25 06:00 수정 2024.03.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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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