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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항아리
장독대 빈 항아리에 햇볕이 가득하다
뚜껑을 닫았다
배가 남산만 해졌다
옆 빈 항아리에 풀벌레
몇 마리 들어왔다
밤새도록 풀벌레들이 입을 맞춰
노래한다
낮에는 해님이 놀러 오고
밤에는 어둠을 끌어안고 잠이 드는
빈 항아리는
비어 있어 좋다

[정성수]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1994),
동시집 『첫꽃』, 시집 『공든 탑』,
동화 『폐암 걸린 호랑이』 외 다수,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윤동주문학상. 황금펜문학상,
전라북도문화예술창작지원금 및 아르코문학창작기금수혜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