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가브리엘 루아의 소설 ‘싸구려 행복’에서 찾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

민병식

프랑스계 캐나다인인 가브리엘 루아(1909 ~ 1983)는 캐나다 매니토바 주 생-보니파스에서 출생으로 1929년 위니펙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연극배우로 활동하며 8년 동안 교사 생활을 했다. 그 후 1939년 몬트리올에 정착해 기자로 일하다가 1945년 ‘싸구려 행복’을 발표해 캐나다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의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1954년 단편집 ‘대상보 거리’로 캐나다 총독상을 수상, 1977년 교사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여섯 편의 중, 단편을 묶은 ‘내 생애의 아이’로 다시 캐나다 총독상을 수상하며, 비평계의 찬사와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는다.

 

작품은 대공황 말기 경제위기와 실업의 여파로 암울한 캐나다 몬트리올 근교의 소도시 생 탕리이다. 이곳에 열아홉의 아가시 ‘플로랑틴’이 살고 있다. 그녀는 형제가 많은 가난한 집의 장녀로 가족 부양을 위해 ‘15센트’라는 음식점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 ‘아자리우스’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도 못하는 무능한 남자이고 열두 명의 자식을 낳고도 또 임신을 한 엄마 ‘로즈 안나’는 가족 부양을 위해 밤낮으로 일한다. 

 

영양실조로 인해 백혈병으로 어린 '다니엘'이 죽었고 일자리가 없어 빈둥거리던 큰아들 '외젠'은 전쟁을 위한 징집에 말도 없이 지원한다. 미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어두운 현실에서 플로랑틴은 빠져나갈 방법으로 멋진 남자와 사랑을 꿈꾼다. 사랑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어느 날 문득 자신에게 찾아올 사랑을 기대하던 중 플로랑틴의 기대대로 어느 날 '장 레베스크'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남자로 신분 상승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일하는 출세 지향적인 사람인데 고급 옷을 입고 고급 시계를 차고 상류 사회 사람처럼 행세를 하고 그에게 반한 플로랑틴은 장과 성관계 후 덜컥 임신을 해버린다. 그런데 장은 책임질 생각이 없다. 가난한 플로랑틴과 결혼해 인생을 망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장은 자취를 감춘다. 급한 것은 플로랑틴이다. 아이를 낳아야 하기에 다른 남자를 찾는다. 

 

그때 장의 친구 에마뉘엘이 눈에 들어온다. 에마뉘엘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는 이상주의자다. 장과 함께 플로랑틴이 일하던 식당에 들렀던 그를 점찍는다. 에마뉘엘도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그는 유럽의 2차 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자원입대를 신청했었고 열흘 후면 전쟁터로 떠난다. 에마뉘엘은 전쟁터로 가기 전 플로랑틴을 송별파티에 초대하고 에마뉘엘의 부모는 플로랑틴이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파출부의 딸임을 알고 좋아하지 않으나 에마뉘엘은 플로랑틴에게 청혼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식 날 아침, 플로랑틴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눈치챈 엄마가 결혼을 중대한 일이라며 이게 옳은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고 하지만 플로랑틴은 엄마처럼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지 않다며 참견하지 말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결혼식이 끝나고 며칠 후 에마뉘엘이 전선으로 떠나고 기차역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렸지만, 기차가 다 떠나기도 전에 눈물을 닦고 루즈를 바르고 뒤돌아 기차역을 나선다. 플로랑틴은 자신의 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임신하고 장에게 버림받자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 에마뉘엘과 결혼한다. 

 

그렇다면 에마뉘엘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플로랑틴은 에마뉘엘이 돌아오면 평생 사랑으로 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플로랑틴은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대신 품어 기르도록 하는 뻐꾸기의 탁란과도 같은 행위를 했다. 장의 아이를 에마뉘엘이 부양해야 하는 아이러니다. 플로랑틴이 자신의 행복을 움켜쥐기 위해 했던 행동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피치 못할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동정은 가지만 가치는 없다. 처음부터 장을 취하고자 한 플로랑틴의 욕심도, 플로랑틴을 임신시키고 도망간 장도, 자신을 사랑한 에마뉘엘에 대한 프로랑틴의 치졸한 속임수도 모두 싸구려 행복이다. 

 

사랑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함께 가는 것이고 행복과 고통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보면 둘 사이에 유일한 각인과 믿음은 필수적이다. 가장 소중하고 유일한 가치이기에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되는 사랑, 목숨만큼이나 소중하다. 우리 시대의 사랑은 어떤가. 죽도록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여건에 따라 수시로 헤어짐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은지, 또 하나의 나를 생각하는 것이 사랑이거늘 그 소중함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05.22 11:13 수정 2024.05.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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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