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헌식 칼럼] 임진왜란 시기 항왜 정책

윤헌식

조선은 고려말 왜구와 홍건적의 침입을 겪으면서 건국된 나라이기 때문에 건국 초기부터 왜구와 여진족의 침입을 억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정책 가운데 하나가 향화(向化) 정책이다. 투항해 온 왜구나 여진족에게 땅과 집을 주어 조선에 정착해서 살도록 하거나, 능력이 있는 경우 관직을 제수하기도 하였다.

 

향화 정책에 따라 조선에 정착한 왜인을 향화 왜인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향화 왜인 가운데 특히 임진왜란 시기 조선에 투항한 왜인에 대해서는 보통 항왜(降倭)라고 불렀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항왜'를 검색해 보면 특히 『선조실록』에서 이 용어가 많이 발견된다. 향화 왜인이나 항왜는 이를 자세히 다룬 연구서(한문종, 『조선전기 향화 수직 왜인 연구』, 2001, 국학자료원)도 출간되어 있다.

 

​항왜는 이 용어의 한자 의미 그대로 '투항한 왜군'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도 항왜가 등장하는데, 그 가장 빠른 기록은 1594년 10월 21일 일기이다. 아래는 그 해당 기록을 옮겨 놓은 것이다.

 

이순신, 『난중일기』, 1594년 10월 21일

 

늦게 원 수사(원균)로부터 항왜 3명의 진술을 받아왔다.

 

[원문] 晩 降倭三名 自元水使來捧招.

 

『난중일기』에 항왜라는 용어가 굳이 1594년 10월의 일기부터 나타나는 이유가 있다. 임진왜란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기 시작한 1593년 5월부터 등장한 항왜는 이후 지속적으로 나왔는데, 조선 조정은 이들을 유치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였다. 처음에 항왜는 명나라의 요동으로 보내지거나 내륙지방 또는 평안도, 함경도 등으로 배치되었지만, 1594년 9월경부터는 한산도나 진도 등지의 수군 및 각 진에 배속되기도 하였다. 아래는 항왜를 한산도 수군 통제영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기록이 실려있는 『선조실록』의 기사이다.

 

『선조실록』 권55, 선조27년(1594) 9월 14일 기축 2번째 기사

 

비변사가 아뢰기를,

 

"항왜를 처음에는 깊고 외진 곳에 들여보내려고 해서, 모두 서울로 올려보낸 뒤에 이어서 양계로 보냈습니다. <<중략>> 금후로는 내항(來降)하는 자들 중 재능이나 기예가 있고 공순하여 부릴 만한 자는 진중(陣中)에 남게 하고, 그 나머지는 도검(刀劍)을 거두고 나서 한산도의 수군이 있는 곳으로 들여보내어 여러 배에 나누어 두고 격군(格軍)을 삼게 하며, 정상이 의심스러운 자가 있을 경우에는 여러 장수들로 하여금 즉시 선처하게 하소서."라고 하니, 상(선조)이 따랐다.

 

이후 『난중일기』의 1594년 11월 일기에는 항왜라는 용어가 7차례나 나타나는데, 항왜가 조선 수군에 배치되어 활용된 사실을 입증하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항왜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는다면, 아마도 김충선(金忠善)으로 이름을 개명한 사야가(沙也可)와 명량해전에 참전한 준사(俊沙)일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이름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김충선 장군을 모신 녹동서원 - 자료 출처: 녹동서원 홈페이지

 

잘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항왜 준사의 이름이 등장하는 『난중일기』의 명량해전 기록을 아래에 소개하고 본 컬럼을 마친다.

 

 

『난중일기』, 1597년 9월 16일

 

항왜 준사라는 자는 안골포의 적진으로부터 투항해온 자로서 내 배 위에 있었는데, 굽어보다가 “그림이 있는 홍색 비단옷을 입은 자가 바로 안골진의 적장 마다시입니다.”라고 하였다

 

[원문] 降倭俊沙者 乃安骨賊陣投降來者也 在於我船上 俯視曰 着畫文紅錦衣者 乃安骨陣賊將馬多時也.

 

 

​[참고자료]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한문종, 『조선전기 향화 수직 왜인 연구』, 2001, 국학자료원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이메일 : thehand8@hanmail.net

 

작성 2024.06.14 10:06 수정 2024.06.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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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