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쉽독 올리와 래브라도 리트리버 사랑이. 사진=최영미


 

간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우리 시각으로 새벽에 경기가 진행되는 파리 올림픽 열기에 또 30도 안팎의 열대야로 전국이 낮밤으로 뜨겁습니다. 

저도 일어나 보니 새벽 2시입니다.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려는 것도 아니고 더운 것도 아닌데 평소보다 3시간 일찍 깼습니다. 

나름 수면 시간이 규칙적이다 보니 이런 일은 제게 드물게 일어납니다. 스포츠는 재방송을 봐도 충분히 스릴 있고, 체질상 더위를 덜 타는 편이라 수면을 방해한 이유가 따로 있었나 봅니다.

  

, 산아래 단독주택이라 각종 날고 기는 벌레들과 함께 사는데 이즈음은 모기가 극성이라 이 녀석 때문에 긁적이다가 잘지언정 깨지는 않는데 말입니다.

  

건강비결로 너나없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기를 손에 꼽는데, 참으로 간결하면서 함의가 깊은 말인 듯합니다. 

특히, 평소보다 잠을 못 잔 날은 그날의 제 쓰임을 돌아봅니다. 

 

뭘 먹었는지, 커피는 몇 시에 마셨는지, 몸은 적절하게 움직였는지, 마음은 곱게 썼는지 또는 마음 상한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숙면을 위해서라도 마음수행은 필수일 테죠.

  

아침 6시 수영을 끝내고 수강생들과 접영 할 때 웨이브가 안 되는 이유, 머리를 너무 들었네 팔이 꺾이네 마네 등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날 뜨거워지기 전에 진돗개 알콩이 똥그릇을 챙겨 산책길에 나섭니다. 동네 안쪽 창고입구에 가늘고 긴 줄에 묶여있는 진돗개 흥부에게 말린 닭고기 하나 던져주고 지나갑니다. 지금보다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 더위에 햇빛 가릴 곳은 개집에 고정해 둔 작은 우산만큼의 그늘뿐, 그나마 땅에 배를 깔고 더위를 식힐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흥부는 오가는 사람들에게 무심하지만 유독 개들을 보면 요란스럽게 짖습니다. 알콩이는 그 마음을 아는지 대거리를 하지 않는데 쉽독 올리는 매번 산책할 때마다 흥부 코앞까지 으르렁 거리며 저를 끌고 갑니다.

  

오후에는 기본기를 다지자는 마음에서 새로 등록한 드럼학원 수업을 잘 마치고, 전원이 켜지지 않는 노트북 수리를 맡기고, 마트에 들러 먹을거리와 모자를 챙겨 왔습니다. 오래간만에 커피땅콩이 눈에 띄길래 하나 챙기고 썬크림을 바르는 대신 모자를 쓰려고 하나 구입했습니다.

  

저녁은 텃밭에서 꽈리고추 따다 고등어 통조림을 넣어 조리고 고등어 한 마리 구워 깔끔한 김치에 곁들여 먹고 애기들 저녁산책, 그리고 반려견 간식으로 주문한 닭가슴살 10킬로를 적당하게 썰어 식품 건조기에 넣어 가동하고 설거지는 내일로 미루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입이 궁금하니 커피땅콩을 먹으며 래브라도 레트리버 사랑이, 알콩, 올리와 눈 마주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10시쯤 더위를 많이 타는 남편에게 에어컨이 있는 1층을 내어주고 저는 2층으로 올라가 잠자리에 들었죠.

  

그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새로 등록한 드럼학원 강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 남편이 직장동료들과의 여행준비로 설레발치는 것이 서운하면서도 부러웠다는 점, 그래도 그런 마음을 지켜보며 그럴 수 있다고 스스로 토닥여준 점, 그리고 커피 땅콩을 먹은 것.

  

돌아보니 수면을 방해한 주범은 커피땅콩. 카페인에 취약한 제 몸에 커피 입힌 땅콩을 그것도 자기 전에 먹여서 그런 것이 분명합니다.

  

3시간 수면을 방해한 주범을 색출하고 보니 제 일상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비교하고 평가하려는 마음, 잡담을 하면서도 제 말에 더 맞장구 쳐주기를 바라는 사소한 출렁거림이 전부인, 참으로 감사한 하루를 살고 있구나 실감합니다.

  

어떠신가요. 간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부디 편안한 밤이셨기를요. 


 K People Focus 최영미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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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08.03 11:01 수정 2024.08.0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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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