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온라인 이커머스에 입점한 셀러들에게 대금이 정산되지 않는 이슈가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 금액은 조 단위를 넘어선다고 합니다.
1차 제조업체인 우리 회사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의 부실 경영과 이들을 믿고 거래한 업체들의 냉가슴 앓고 있는 상황이 꼭 제 업무와 들어맞는 것 같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주된 업무는 아니지만, 회사에서 미수채권 회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선임이 퇴사하고 충원이 더뎌지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제게 다가온 일입니다.
채권 회수 업무는 항상 시작 전에 리마인딩이 필요합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명언을 상기시켜 보기도 하고, 감정과 이성이 섞이지 않도록 조절하는 연습도 해봅니다.
그런데 첫 업체 담당자부터 부글부글 끓게 만듭니다. 지난번 통화할 때 철석같이 약속했는데도 말이죠.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 뻔히 알면서 지금 이 순간만 모면하려는 태도. 온라인 플랫폼 경영진처럼 애당초 결제 의사가 없음에도 사업을 영위하는 모습. 결제 대금은 고사하고 필수 보험료나 세금까지 체납해서 오히려 가압류 통지서까지 수령했던 경우 등 제 기준으로는 납득되지 않는 일들을 경험하곤 합니다.
어떤 때에는 글로 쓸 수 없을 정도의 나쁜 생각이 떠오를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입버릇처럼 사무실에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인류애를 상실하게 만드는구만.”
인문학을 공부하는 건 사람을 향한 따스함을 회복하는 것이며, 타인과 사회, 그리고 인류애를 키우는 과정이겠죠. 그런데 공부하는 ‘나’와 업체 관계자와 전쟁 같은 언쟁을 하는 ‘나’는 전혀 다른 사람 같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 가난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수난을 당한 이들을 향해서는 기도도 하고 걱정도 합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미수채권 때문에 휴대폰이나 SNS메신저 등을 통해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발생하는 이들과는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난 것처럼 대할 때가 더 많습니다.
물론 급여를 받고 맡은 ‘일’을 하는 것과 친절한 ‘사람’이 되는 건 다르긴 합니다. 아이히만처럼 생각 없이 시키는 일에만 몰두하여 사람을 잃는 건 아닌지. 혹은 사람 때문에 일을 잃게 되는 경우는 없는지 말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삶의 지혜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동시에 인문학 공부는 자기만족이 아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의 일치라는 지향점을 잃지 않아야 함을 새겨 봅니다.
독자분들 역시 삶 속에서 늘 지혜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K People Focus 김진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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