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무더위에 무거운 일상이 더 버겁지는 않으신지요. 아니면 그 버거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당신만의 기쁨과 마주하고 계시는지요. 지금 즈음이면 방학과 휴가로 평소와는 다른 일탈로 잡념에서 해방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전 여름 씨름판에서 더위의 샅바를 움켜잡고 어떻게든 그 더위를 이겨보려고 온갖 재주를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상상으로 세상을 누비는 재주는 아주 가성비 좋은 저만의 여름나기 중 하나입니다. 마음으로 편하게 떠나는 여행, 여러분과 동행하며 잠시 이 더위를 잊어 볼까합니다.
이태리 볼로냐에는 아주 특별한 건축양식과 성당이 있습니다.
알고 계시는 것처럼 볼로냐는 세계 최초의 해부학 강의실이 있었던 곳으로 유명하지요. 무려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볼로냐 대학에서는 1637년 강의실에서 직접 해부학 수업을 했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처음 시도한 해부학 실습이었고 이때 예술가들도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인체를 그리는 화가들에게 사람의 근육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볼 기회를 준 것이지요. 이러한 결과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미술에(특히 조각)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가 하면 회랑(포르티코라고 부르며 기둥만 있고 벽이 없는 복도)으로 이어진 붉은 색 벽돌의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그래서 볼로냐는 붉은 도시라고도 부릅니다. 전체 회랑 길이가 무려 62km로 연결된 볼로냐는 비가 와도 우산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그중에서도 작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산루카 성당까지는 도심에서부터 3.8km의 포르티코가 666개의 아치로 이루어져있어 독특함을 자아냅니다. 특히 산 루카 성당까지 이어진 회랑은 순례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랑길입니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의 성당은 성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명화들이 많아 성지 순례자는 물론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산 루카 성당 또한 재단 위에 있는 ‘성모마리아와 예수’의 그림이 유명합니다. 하지만 성당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의 아름다움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이 실은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전 그보다 더 독특한 상징적 이유로 이 성당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성당에는 산 루카를 이혼율 제로인 마을(지금은 물론 아니겠지만 )로 만들어 준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경치를 보기 위해 성당 뒤뜰 정원을 찾지만 정작 이 공간에는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볼 수 있는 그곳에는 ‘결혼감옥’이라는 작은 건물이 잘 보전되어 있습니다. 여느 감옥과 같이 자물쇠로 문이 잠겨져 있고, 창살 안에는 당시 감옥살이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성당이 세워졌을 당시 이혼하려는 부부를 감금했던 곳으로 ‘결혼 감옥’이라고 부릅니다. 신부님께 이혼 허락을 받기 위해 성당을 찾아오면 먼저 6주간 그곳에 가둬 머물게 했습니다. 그동안 다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마치 요즘 이혼하려는 부부에게 법원에서 주어지는 숙려기간 같은 것이지요.
‘결혼 감옥’ 갇힌 부부는 대부분 6주는커녕, 며칠 지나지 않아 이혼을 포기하고 같이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습니다. 그 이유는 생존에 대한 문제가 그들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아이들과 부모 형제에 대한 염려도 컸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대화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거지요. 지금도 이혼의 가장 큰 원인은 소통의 문제하고 말합니다. 현재 숙려기간에는 타인들이 부부 문제에 간섭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기도 전에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차라리 둘만의 감옥에 가둬버린다면 서로에게 의지하며 어느새 깊이 숨기고 있는 진심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생존을 위한 삶은 부부의 속내를 왜곡하며 진실을 외면합니다. 어느 때는 주위 사람이 그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표현할 기회마저 놓쳐버립니다. 부부 문제란 그때나 지금이나 아주 보편적인 모습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 시대적 이질감을 잠시 잊게 합니다. 1000년 전과의 동시대적인 공감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게도 했습니다.
이렇듯 한 성직자의 지혜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산 루카를 이혼율 제로인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역사를 가진 산 루카 성당을 그곳 사람들은 사랑하고 긍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뜨겁고 지루한 여름 이탈에 애쓰는 몸부림이 어느 부부에게는 서로를 가해하는 상처로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유난히 뜨거운 올여름만큼은 그런 상황을 이성을 잃은 무더위 탓으로 돌려 보고 싶습니다. 그러니 힘들어도 상대의 흐르는 땀을 슬며시 닦아줘 보세요. 그러면 고된 상대의 마음이 당신의 손끝에서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겁니다
부디 무더위에 지지 마시고, 이럴 때 슬며시 ‘결혼 감옥’으로 떠나는 둘만을 위한 여행 계획은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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