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충망 1.
잠자리는 눈이 삼만 개라도
쫓고 쫓기며 사는데
달랑 눈깔 두 개로 세상을 조져 보니
바둥거리지 않을 턱이 있나.
방충망 2.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는데 모눈 종이처럼 정갈하게 금 간 방충망에 앉은 풀무치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놈은 수술용 칼을 쥔 외과 의사처럼 내 몸을 모눈 크기로 잘게 자르고 있었다. 치욕이다.
방충망 3.
방충망에서 졸고 있던 나방을 툭툭 치니 끌끌 혀를 찬다.
이놈아, 네 꼴이나 쳐다보라구
꼬질꼬질한 철망이나 뒤집어쓰고선.
가끔 가까운 사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건 예사지요.
갑자기 낱말이 자음과 모음으로 해체되고, 낱말 뜻은 하얗게 표백되어 사라지고 기호들만 테트리스 게임처럼 쏟아질 때가 있습니다.
일상이 어쩌다 비상이 되는 순간이 옵니다.
짙은 안개가 걷히면 길은 더욱 선명해지듯 비상非常이 이로울 때가 있습니다. 역경처럼.
혹 비상은 세상의 모든 ‘시작’의 입구가 아닐까요.
그리고 모든 시작은 가벼운 혁명이고요.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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