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인과 20대 소녀의 사상로맨스
[태미사변泰未思辯]은 태상泰相과 미래未來의 사상논쟁이다. 재미 작가 이태상과 서울대 학생 김미래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주고받은 사상논쟁을 기록한 책이다. 이태상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나와 코리아헤럴드, 코리아타임스 기자를 역임하고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80세의 노장이다. 김미래 학생은 24세 청춘으로 서울대 의류학과에 재학 중이면서 1인기업 ‘에그코어 Eggcore’를 운영하는 의상디자이너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이라는 다른 공간에 살고 있으며, 56년의 나이 차이가 나는 대학 선후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개월 동안 둘은 삶과 인생과 우주의 근본문제에 대하여 이메일로 토론을 벌였다. 태상의 편지는 단세포 아메바 같은 생명의 씨앗인 남성이 신비로운 우주의 자궁 같은 여성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미래의 편지는 만물의 고향인 여성이 메마르고 거친 황무지 같은 남성들에게 보내는 단비 같은 답장이다. 400여 년 전 퇴계와 고봉이 26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주고받은 사상논쟁에 비견될 만한 큰 사건의 태미사변泰未思辯이다.
내 안의 순딩이 소년을 깨워라
뉴욕의 80세 노인 ‘태상’과 서울의 24세 소녀 ‘미래’가 시공간을 뛰어 넘어 주고받은 우주의 본질, 사랑, 운명, 죽음, 시간의 개념, 철학, 종교와 같은 묵직한 주제와 부모자식 간의 갈등, 친구와의 우정, 섹스, 결혼, 일, 음악, 타투 등과 같은 일상의 주제를 때론 날카롭게 때론 천진스럽게 때론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로봇과의 섹스, 육체적 교합이 없는 플라토닉러브가 가능한가에 대한 논쟁은 상당히 예민한 주제이지만 아무런 가식 없이 서로의 주장을 펼친다. 성공과 실패의 잣대에 대해서도 뚜렷한 자기들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둘은 서울대 선후배로 56년의 나이 차이를 넘어 첨예한 논쟁을 벌이면서도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이 많다. 인간은 고귀한 존재이기에 허깨비 같은 신이나 새장과 같은 사상과 제도의 노예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우주의 본질은 한없는 사랑이고 그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은 물론 동물과 식물, 무생물까지도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사상로맨스를 통해 우주적 인간인 ‘코스미안Cosmia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기도 했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순수를 회복하고 가슴 뛰는 대로 살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동심이 곧 천심이라고 의견일치 통해 불통의 시대를 넘어 소통의 시대를 열고 있다.
이태상 김미래 지음 / 태미사변 [전자책] : 자연과인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