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 칼럼] 어느 첼리스트의 위대한 사랑 이야기

이봉수

이 세상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 있다. 사랑이 그중의 하나다. 하물며 우주심이야 범부들이 어찌 알겠는가. '사랑하면 산티아고로 떠나라'의 저자 이수아는 그 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말한다. 다른 모든 것은 허망한 가짜이지만, 오직 사랑만이 진실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것은 사랑으로부터 나와서 다시 사랑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사랑은 우주심이고 일심이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여인 이수아는 머나먼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자신을 '걷는 우주'라고 했다.

 

이수아는 한국인들에게 '사랑하면 산티아고로 떠나라, 그녀처럼'이라는 책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가 우연히 영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던 고든을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은 2012년의 일이다. 고든은 그때 말기 피부암을 앓고 있었으며 죽음을 예견하고는 생을 정리하고자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었다.

 

고든이 대장정 800 킬로미터 순례를 하는 동안 둘은 계속 메일로 교감하며 숭고한 사랑을 키워갔다. 고든은 이 순례 여행 중에 자신과 같은 암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자선기금으로 17,447파운드를 모금하여 스코틀랜드에 있는 암 환자를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순례를 마친 후 2013년 3월 에든버러 성에서 이수아와 고든은 축복의 결혼식을 올렸다.

 

첫사랑과 단숨에 결혼한 이수아는 결혼식을 하면서 고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든도 자기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이수아의 아버지 이태상 님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먼 길을 비행기로 날아가 에든버러까지 갔다. 오직 딸의 선택을 믿고 존중해 준 아버지의 사랑은 참으로 인간적이고 위대했다.

 

첼리스트 이수아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나서 5개월 뒤에 고든은 하늘로 갔다. 15개월간의 정열적인 사랑이 막을 내린 것이다. 아니다. 그들의 사랑은 그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생전에 고든이 걸었던 그 길을 이번에는 수아가 걸었다. 고든과의 아름다운 추억도 되새기면서 암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바통을 이어받은 수아는 다시 머나먼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 달 이상 혼자 걸어갔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어디선가 고든이 나타나 힘을 주었다. 그 길 위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격려해 주면서 기꺼이 암 환자 자선기금 모금에 동참해 주었다. 그녀는 고든 보다 두 배 이상의 돈을 모금하여 '고든 데이비슨 기념재단'을 설립하여 기부했다.

 

이수아는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영국으로 이민을 가서 영국 맨체스터의 체탐스 음악 기숙학교와 미국 줄리아드 음대를 나온 재원이다. 그녀는 지금 스코틀랜드의 왕립 교향악단인 '스코티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인종과 언어를 초월한 그녀의 사랑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

 

 

[이봉수 논설주간]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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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7.10 11:35 수정 2026.07.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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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