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볼프강 호수와 알프스 산록이 어우러진 잘츠캄머굿

여계봉 선임기자

알프스 산록에 있는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도 8월의 폭염을 피해갈 수 없어 버스를 타고 도심을 벗어나 동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잘츠캄머굿의 장크트길겐 마을을 향한다.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고산 준봉의 알프스 산자락이 병풍처럼 기립해서 하늘을 가리고 있다.

 

잘츠캄머굿(Salzkammergut)은 마을 이름이 아니다. 잘츠부르크 동쪽 교외에서 시작해 남북으로 1,000~3,000m의 높고 낮은 알프스의 산들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부채 모양의 지형으로, 알프스의 설산과 70여 개의 아름다운 호수로 이루어진 이 지역 전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청정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잘츠캄머굿은 산자락 곳곳에 약 70여 개가 넘는 호수가 있는 동화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그중 유명한 호수는 볼프강 호수와 할슈타트 호수다. 볼프강 호수는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로 에메랄드 물빛을 자랑한다. 호수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산자락에 위치한 마을들의 풍경은 말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다. 

 

볼프강 호수에 붙어있는 장크트길겐(St.Gilgin)은 장크트볼프강, 할슈타트(Hallstatt), 몽시(Montsee) 등과 함께 대표적인 잘츠캄머굿의 마을이다. 인구 3천 명의 작은 도시지만 음악 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의 어머니 '안나 마리아 페르틀'의 고향이자 그녀의 생가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300년 전 주택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 집은 물론 장크트길겐 곳곳에는 모짜르트 일가의 흔적과 기념 조형물들이 여행자들의 눈길을 끈다. 그래서 이 마을은 모짜르트가 태어난 잘츠부르크와 그가 활동했던 비엔나와 함께 '모차르트 음악 투어'의 삼각 구도를 이루고 있다.

 

볼프강 호수의 장크트길겐(St.Gilgin) 마을 

 

마을에 들어서니 모짜르트의 선율이 흐른다. 골목 어디선가 어린 모차르트가 어머니 손을 잡고 뛰어나올 것만 같다. 모차르트 어머니 생가 근처 골목에는 인형, 도자기, 컵, 찻잔, 향료, 세제, 수공예품, 가방, 옷, 사진, 그림 등을 판매하는 작은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선착장으로 들어서는 작은길이 예쁘고 아름답다.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약 40분을 가면 장크트볼프강 마을이 나온다.

 

장크트길겐의 볼프강 유람선 선착장

 

볼프강 유람선을 타자마자 우리말로 안내 방송이 나온다. 그만큼 이곳이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임을 알려준다. 볼프강 호수는 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길이 11km, 깊이는 114m이다. 호수에 드리운 산 그림자와 중세풍의 호숫가 마을들이 맑은 물 위에 어른거리는 모습은 흡사 그림엽서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유럽의 많은 호수가 알프스산맥에서 내려오는 빙하수로 이뤄진 것처럼 이곳 역시 투명하고 깨끗한 물로 가득하다. ​

 

여름철이면 볼프강 호수는 해양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마침 호수 위를 새처럼 자유롭게 날면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근처에 있는 츠뵐퍼호른산 활공장에서 이륙하여 호수로 비행하며 멋진 경치와 스릴감을 만끽하고 있다. 장크트길겐에서 알록달록한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552m의 츠뵐퍼호른(Zwölferhorn)산에 오르면 아름다운 볼프강 호수와 알프스 산록 마을의 소박한 풍경이 담긴 영화 같은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볼프강 호수 알프스 산록 마을의 소박한 풍경

 

안내 방송 중간에 '사운드 오브 뮤직' 주제가가 흘러나온다. 수정같이 맑은 호수 주위에 멋진 저택들이 들어서 있다. 볼프강 호수 주변 별장 주인 중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많다고 한다. ​눈을 어디다 두어도 자연이 베푸는 아름다움으로 마음속에서 기쁨이 샘솟는다. 독일 통일 당시 총리였던 헬무트 콜 수상의 별장을 지나자 하얀 거벽이 나타난다. 코끼리 모양을 닮았다고 하는데 록 클라이머들의 등반 장소로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하얀 직벽의 코끼리 바위

 

호숫가 중간 서너 평도 안 되는 작은 섬에 기념비가 보인다. 옛날 동네 농부가 물에 빠졌는데 황소 꼬리를 잡은 채 작은 섬으로 가는 바람에 목숨을 건졌는데, 생명의 은인인 그 소를 기리는 마음으로 기념비를 세웠다고 한다. ​산 그림자가 비치는 맑고 투명한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에서 아주 한가롭고 편안하게 힐링을 즐기다 보면 ​강가에 노란색의 큰 건물이 보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훈련소로 쓰이다가 지금은 청소년 수련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방학을 맞아 이곳을 찾은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방학을 맞아 학생들로 붐비는 호숫가의 청소년 수련원

 

​​어느새 장크트볼프강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송'을 불렀던 샤프베르크산의 산록과 아름다운 볼프강 호수가 마을을 감싸고 있다. 마을 강가에 있는 고딕 양식의 발파르츠교회 뒤로 샤프베르크산(1,782m)이 보인다. 마을에서 빨간 증기기관차를 30분 정도 타고 가면 정상 전망대에 도착해서 볼프강 호수와 알프스의 만년설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발파르츠교회 뒤로 보이는 샤프베르크산

 

유람선에서 내리자 새하얀 벽들로 치장된 교회에서 종소리가 뎅그렁뎅그렁 울린다. 발파르츠교회는 볼프강 주교가 세운 성당이라고 한다. 배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옥빛 호수들이 모여있는 호수에 알프스의 산자락이 그대로 비친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물빛 위로 청둥오리와 백조들이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이 너무나 평화롭다.

 

백조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장크트볼프강의 선착장

 

알프스산맥의 암반으로 이뤄진 산과 푸른 호수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풍경이 그림 같은 '잘츠캄머굿의 진주' 장크트볼프강은 투명한 호수와 푸른 산의 풍경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되면서 명성이 더 높아졌다. 그래서 여름 성수기에는 객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마을 거리를 둘러보면 호텔과 상가의 베란다는 어김없이 제라늄꽃으로 치장하고 있다. 제라늄꽃은 유럽의 창가를 새빨갛게 장식하는 대표적인 허브인데, 원래는 잎에서 나는 특이한 냄새로 모기와 파리 등 해충을 퇴치하기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제라늄꽃으로 치장한 백마 호텔(White horse hotel) 

 

​장크트볼프강은 잘츠캄머구트 마을 중에서도 오스트리아 전통 상점과 아름다운 숙박 시설이 집중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휴양지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지만 여름 휴가 시즌에는 휴양과 레포츠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마을 언덕에 있는 전망대로 오르는 골목길에서 본 원목의 무늬 질감을 그대로 살린 2층 베란다가 너무 자연스럽다.

 

호반 언덕에 자리한 중세풍의 오스트리아 전통 가옥

 

볼프강 주교의 동상이 서 있는 전망대 언덕에 서면 호수에 드리운 알프스의 산 그림자와 중세풍의 호숫가 마을들이 맑은 물 위에 어른거린다. 신이 빚어놓은 알프스의 산과 호수, 그리고 평화로운 마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연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여기는 자연과 원초적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볼프강 호수 

 

장크프볼프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해발 1,783m의 샤프베르크(1783m)산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오래된 증기기관차를 타고 산을 올라가는 장면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샤프베르크에서는 오래된 산악열차를 타고 고산지대로 가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열차를 타고 가면서 오스트리아 북부 지역의 호수와 산맥이 어우러진 장관을 감상한다. 그야말로 “칙칙폭폭” 소리를 내는 빨간색 산악열차에 몸을 싣고 시속 12㎞의 속도로 35분가량 지나면 정상에 오른다. 

 

샤프베르크산을 오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 증기기관차 중 하나

 

열차에서 내려 완만한 경사 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 정상 절벽에 마련된 전망대가 나온다. 한쪽 면이 깎아지른 절벽 끝이라 아찔하지만, 이 길은 지상 낙원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황홀한 비경을 자랑한다. 전망대에 서면 잘츠카머굿의 자랑인 볼프강 호수를 비롯해 이 지역에서 가장 큰 호수인 아터제호수와 몬트제 호수 등 11개 호수의 전경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할 수 있다. 시야가 아주 좋을 때는 멀리 호에 타우에른(Hohe Tauern) 산맥과 오스트리아의 최고봉인 그로스글로크너(Grossglockner)산 자락까지 보인다.

 

마을로 내려오는 산악열차에는 마리아와 아이들이 샤프베르크의 산록에서 부른 '도레미송'이 울려 퍼진다. 호수에 비친 마을과 산이 마치 데칼코마니를 연상시키는 풍광은 여기가 지상 낙원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황홀한 비경을 자랑한다. 잠시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오스트리아의 잘츠캄머굿. 탄성을 연발하게 만드는 비현실적인 광경은 오랫동안 필자의 뇌리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4.09.03 09:09 수정 2024.09.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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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