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공로"라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제대로 된 노벨상을 받았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부커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에는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의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여 꾸준히 서방세계에 알린 것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에 주효했다.
채식주의자는 영국인들의 정서와 문화를 가장 잘 알면서 한국어에 능통한 데보라 스미스가 번역하여 부커상을 받았고, 메디치상도 번역의 기술이 만들어 낸 쾌거였다. 물론 원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나 운 좋게 훌륭한 번역가를 만난 것은 작가의 행운이자 시절 인연으로 보인다.
스웨덴 한림원이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벨문학상은 서구인들의 잣대와 가치관으로 작품을 평가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심사위원 중에 한글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한국문학 작품의 원작을 읽고 평가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이다. 결국 영어 번역 작품이 노벨상 수상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85세로 타계한 인도계 영국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비디아다르 네이폴은 “난 내가 열고 싶은 문이 어떤 문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문을 두드렸다.”라고 말했다. 소설가 한강은 자신의 작품을 번역의 창을 통하여 열고 싶은 문을 두드린 행운아다.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작가들이 많다. 황동규, 나태주, 김용택, 정호승 등 시인들과 김훈, 이문열을 비롯한 소설가들도 번역을 통하여 원작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잘 표현하면 노벨문학상을 받고도 남을 작가들이다. 이런 작업을 하라고 문체부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