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내 몸에도 나이테가 자란다

신기용

복이 호박 덩굴처럼 굴러오면 얼마나 좋을까?

 

“복은 쌍으로 안 오고 화는 홀로 안 온다.”

 

이런 우리 속담처럼 복은 덩굴째 굴러오지 않는다. 만일 복이 들어와도 다 누릴 수도 없다. 이를 다 누리려고 아등바등하다 보면 마음과 몸이 망가지고 복이 아닌 화가 덩굴째 굴러온다.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다 보면, 복이라는 실체가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다. 이를 좇아 잡으려 하면 잘 잡히지도 않는다.

 

내 나이만큼, 내 나이테만큼이라도 세상 보는 눈이 열리면 좋겠다.

 

나이가 들면 몸이 말을 한다.

나이테는 나무의 전용물이 아니다. 생물에는 나이테가 자란다. 모든 사물에는 나름의 나이테가 있다. 

 

우리 인간은 생물을 접할 때 어린 것, 젊은 것, 늙은 것을 쉽게 분별해 내는 재주를 가졌다. 사물을 접할 때도 새것, 낡은 것을 어렵지 않게 분별해 낸다.

 

나무는 겨울에 성장을 잠시 멈춘다. 이때 다음 나이테가 하나 더 생겨날 수 있게 잠을 잔다. 봄이 오면 성장을 다시 시작한다. 여름엔 푸르고 풍성하다. 초가을엔 오색 빛깔의 웃음을 한껏 뿜어낸다. 늦가을엔 잎의 갈무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나뭇가지의 맨 끝 가지가 하늘을 향해 팔 벌리고 서서 회초리 같은 겨울의 눈보라를 기다린다. 

 

늦가을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이테의 계절인 겨울을 기다린다. 겨울엔 잠을 자면서 봄을 기다린다. 봄이 오면 다시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다. 

 

나무의 나이테는 줄기나 가지에 1년마다 하나씩 생긴다. 이를 나이바퀴라고도 한다.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삶의 과정과 욕심 없는 삶을 겹쳐 생각해 볼 일이다. 물고기도 나이테가 있다. 비늘이나 줄무늬, 귓돌이나 척추에 자란다. 사람도 나이테가 있다. 피부나 머리카락, 이빨이나 척추에 자란다. 

 

내 몸에도 나이테가 자란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세면대 거울 앞에 섰다. 내 나이테가 어제보다 더 자랐다. 당연한 일이다. 나이테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나이테의 성장을 멈추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때로는 나도 그렇다.

거울 앞 내 나이테는 주름이 깊어 가는 이마, 늘어만 가는 흰 머리카락이다. 칫솔질한 뒤에도 거울 앞에서 내 나이테를 확인한다. 주저앉아 가는 잇몸에 드러난 이뿌리에도 내 나이테가 자란다. 

 

거울을 보지 않고 직접 내 눈으로 나이테를 자연스레 보기도 한다. 세수한 뒤 또 다른 내 나이테가 눈에 들어온다. 탄력을 잃어 가는 손등의 주름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내 나이테다.

 

나무는 여름에 땅기운을 역동적으로 쪽쪽 빨아올려 나이테를 넉넉하게 만든다. 나도 나이테가 잘 자랄 수 있게 활기찬 삶을 살아야겠다. 내 몸에도 나이테가 자란다는 것을 늘 생각하며 살아가야겠다. 

 

언젠가 내 나이테가 성장을 멈출 것이다. 그때까지 보람찬 시간이 알알이 영글어 가면 좋겠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4.11.06 10:15 수정 2024.11.0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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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