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태만은 죄다. 원죄보다 더 악독한 죄다. 요즘 젊은이들은 ‘껄무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태만으로 지은 죄에 대한 자아 성찰한다. 껄무새는 반복해서 같은 말을 하는 ‘앵무새’와 ‘~할 걸’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참 신박한 표현법이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낼걸 후회하고 운동을 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할 걸 후회하며 상사에게 미친 듯이 대들었던 걸 후회하며 돈의 노예로 사는 것을 후회한다. 그뿐이랴. 그때 그 남자를 놓친 것을 후회하고 그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것도 후회하며 그때 직장을 옮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나한테 투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아내에게 좀더 잘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노후에 같이 지낼 진정한 친구를 만들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후회가 깊어지면 죄가 된다. 그 죄는 자기가 자기를 옭아매는 마음의 죄다. 죄의 근원을 파헤쳐보면 반드시 태만이 있다. 열심히 하려는 마음을 내지 못하고 게으르게 사는 것이 태만이다. 태만은 나태함과 쌍둥이다. 나태한 순간은 얼마나 달콤하던가. 그러나 그 뒤는 죄책감에 휩싸여지게 마련이다. 성공을 위해 태만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 태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그 일을 우리는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서 태만은 죄가 맞다. 죄 중에서도 엄청나게 큰 죄다.
태만의 죄,
당신이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죄.
해가 질 무렵에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그것.
부드러운 말을 잊었다면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보내야 할 꽃을 보내지 않았다면
잠자리에 든 당신은 괴로울 것이다
형제의 길 앞에 놓인 돌을 치우지 않았다면
신중히 충고해야 할 때,
쓸데없을 잔소리만 늘어놓았다면
당신이 애정을 보여야 할 때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당신의 걱정만 생각했다면 그것이 문제다
작은 친절의 가치, 그것은 소홀히 대하기가 쉽다
도울 수 있는 기회를 그것도 소홀히 대하기 쉽다
태만의 죄,
해가 질 무렵에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그것.
마가렛 생스터는 그의 시 ‘태만의 죄’ 통해 우리를 꾸짖는다. 마가렛 생스가 우릴 꾸짖지 않아도 우린 스스로 태만했던 죄를 물어 매일 자신을 꾸짖는다. 태만은 육체적인 게으름을 넘어 정신적으로 불량한 것이다. 우리 삶을 짓누르고 있는 크고 작은 태만들은 정신적 탈진 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결국 부정적인 생각에 지배당하게 되고 절망을 느끼게 된다. 결국 태만은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죄다. 인간은 끊임없이 일하고 움직이며 생존해 왔다. 오죽했으면 일하지 않은 사람은 먹지도 말라고 성경에 적혀 있을까. 올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향해 정진한다. 그게 물질이든 정신이든 우리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정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태만과 휴식은 질적으로 다르다. 휴식은 삶의 연장선에 있고 태만은 무기력을 품은 자기기만이다. 휴식이 천사라면 태만은 악마다. 서울역 지하도에 앉아 책을 보면 휴식이고 구걸을 하면 태만이다. 여유로움은 태만을 이긴 자의 몫이다. 잘못 생각하면 태만을 여유로움으로 포장하기 쉽다. 태만과 쌍둥이인 나태함에서 나올수 있는 것은 무지와 무관심뿐이다. 지혜와 여유로움과 부지런함은 성실에서 나온다. 태만을 이기는 자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태만을 이기지 못해 후회의 짓고 산다면 그건 자기 자신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마가렛 생스터는 말한다.
부드러운 말을 잊었다면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보내야 할 꽃을 보내지 않았다면
잠자리에 든 당신은 괴로울 것이다
미국 뉴욕에서 1838년에 태어난 마거릿 생스터는 잡지사 편집자이며 시인이다. 종교적인 가정에서 자라 학교에 다니지 않고 가정교육만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적 재능이 많아 글 쓰는 일을 즐거워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본명을 감추고 가명으로 시와 산문을 여러 매체에 기고 했다. 그러다가 유명한 잡지사에 취직을 하면서 글 쓰는 일을 본격적으로 했다. 그러다가 잡지의 편집자로서 이름을 날리며 명성을 얻었다.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운동가이며 여성의 권리를 높이는 데 지대한 공헌한 인물이다. 여성과 소녀를 위한 소설을 썼으며 그녀는 가족과 교회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시를 썼으며 남북전쟁 전후에 많이 애송되었다.
태만의 죄,
해가 질 무렵에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바로 그것.
[이순영]
수필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