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25년 1월 17일 ○○○○○○ 위원장에게, 청소년 대상 영화 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함에 있어 특정 소재나 이념 사상의 배제를 요구하는 방식보다 청소년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한국 영화의 제작, 배급 등에 종사하는 문화예술인·단체로 구성된 진정인들은 ○○○○○○(이하 ‘피진정기관’)가 ‘2024년 차세대 미래관객 육성사업 운영용역’(이하 ‘이 사건 관련 용역’) 입찰공고에서 영화 및 교육프로그램 내용으로 ‘정치적 중립 소재와 특정 이념, 사상을 배제한 영화 및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진행’하도록 명시(이하 ‘이 사건 문구’)한 것은 진정인들의 표현 및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시에 교육 대상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진정기관은, 이 사건 관련 용역이 본질적으로 학생에 대한 교육지원 사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규정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준수되어야 하고, 교육부가 제시하는 관련 기준도 ‘정치적, 종교적, 사회·문화적으로 교육의 중립성 유지’를 유의점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최근 특정 영화의 학교 단체관람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하여 이 사건 문구를 넣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이충상 상임위원)는, 이 사건 진정을 통해 진정인들의 입찰이 제한되었다거나, 교육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청소년들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등, 구체적 피해 사실을 특정할 수 없어 각하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청소년 대상 영화 교육프로그램이라고 하여 일체의 정치적 소재나 특정 사상·이념을 배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청소년에게 일정한 정치활동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의 취지에 반하고, 청소년이 자신의 의사를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도록 할 필요성에도 부합하지 않아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양심 또는 사상의 자유 및 참정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보아 의견표명을 검토하였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명시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양쪽의 가치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독일은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를 통하여 정치적 논쟁이 있는 사안은 교육에서도 논쟁적으로 다루되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제시하고, 어느 특정 견해를 일방적으로 주입·강요해서는 아니 되며, 학생 스스로 자신의 삶과 관련된 정치적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지식과 역량을 갖출 것을 천명하고 있다.
영국의 교육법(Education Act of 1996), 프랑스의 교육법전(Code de l'éducation), 일본과 대만의 교육기본법(敎育基本法) 등도 당파적 정치활동 추구나 조장은 엄격히 금지하되 학생들이 정치적 문제에 관심과 교양을 가질 수 있도록 조치할 책무를 규정하고 있고, 호주는 학교의 필수 교과목으로 민주시민교육(Civics and Citizenship Education)을 시행함으로써 학생들을 정치로부터 단절시키기보다 건전한 정치적 관심과 판단력을 갖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기관에게, 향후 청소년 대상 영화 교육프로그램 운영 용역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해당 용역이 정파적, 당파적 선전의 장으로 남용?변질되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