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천양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세계 무역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조로 전례 없는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는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연이어 발표했으며, 더 나아가 '상호 관세' 부과라는 강경한 조치까지 언급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서는 중국 수입품에 최대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크게 증대시키고 있다.
첫째,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 한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관세가 철폐된 상태이나, 한국이 대미 무역 흑자국이라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24년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557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일반기계 등이 주요 수출 품목이며, 이러한 추세로 인해 한국은 미국의 무역적자국 순위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둘째, 수출 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 미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신흥국을 포함한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특히 신남방정책을 통한 아세안 시장 진출 확대와 신북방정책을 통한 유라시아 시장 개척은 수출 다변화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셋째, 제조업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조업 혁신이 필수적이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집중하여 가격 경쟁력을 넘어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미국 내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현지 일자리 창출을 통해 협상력을 제고해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앨라배마 공장이나 삼성전자의 텍사스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규모 투자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다섯째,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야 한다. 리쇼어링(본국 회귀) 정책에 대응하여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고, 필요한 경우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여섯째, 국제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일방적인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EU,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WTO 체제 내에서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다자간 무역 질서 수호를 위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일곱째, 24시간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관련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고, 민관 합동 대응 체계를 확립하여 위기 관리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세계 무역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도전적 환경에서 실용적이고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판단력과 치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여 새로운 통상 환경에 적응하고, 이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와 실행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박동명 / 법학박사
∙ 한국공공정책학회 상임이사
∙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