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장자(莊子)적 상상력으로 글을 쓰자

무위자연(無爲自然)과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이상향

2천여 년 전, 장자는 노자에 동조하여 ‘무위자연(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지.)’을 꿈꿨다. 물아일체(외물과 자아,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하나가 됨.)를 꿈꾸기도 했다. 현대인들도 이를 꿈꾼다. 무위자연과 물아일체의 상상력이 『장자』에서는 초월적이면서도 창조적이다. 『장자』는 한국 철학을 비롯해 문학과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국 문학과 예술 작품에서 『장자』의 나비, 물고기(鯤), 새(鵬), 나무 등의 은유를 인유하거나 모티프로 삼아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을 흔히 접할 수 있다. 나아가 문장 속에 은은히 녹아들어 있는 작품을 접할 수도 있다.

 

“장자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풍부한 사상가일 뿐만 아니라, 고대 우론(愚論) 산문의 개척자이다”(왕꾸어똥, 『장자평전』, 신주리 옮김, 미다스북스, 2005, 289쪽.)

 

흔히 장자를 ‘동양 최초의 수필가’, 『장자』의 「소요유」를 ‘동양 최초의 수필’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런 평가는 우언(寓言) 때문일 것이다. 즉, 외물을 빌려와서 자기의 생각을 피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장자가 혜자와 함께 호수에 있는 다리 위에서 놀고 있었다. 이때 장자가 말하기를 “피라미가 나와 조용히 노네. 이것이야말로 저 물고기의 즐거움이네.” 하자, 혜자가 말하기를, “자네가 물고기도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하였다. 이에 장자는 다시 말하기를, “그렇다면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으로 아는가?” 하자, 혜자가 말하기를, “본디 나는 자네를 모르네. 마찬가지로 자네도 본디 모르는 것은 확실하네.” 하였다. 이에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면 그 근본으로 올라가 보세. 자네가 내게 ‘자네가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겠는가?’라고 말한 것은 이미 내가 그것을 안다고 여겨 물은 것이네. 나는 지금 이 호수의 다리 위에서 저 호수 밑의 물고기와 일체가 되어 마음속으로 통해서 그 즐거움을 알고 있는 것이 되네.”

-『장자』, 「외편」 중 ‘추수’, 이석호 역 

 

인용문에는 장자의 물아일체 의미가 담겨 있다. 물고기의 즐거운 마음을 안다는 것, 마음속으로 물고기와 일체임을 느낀다는 것은 오늘날의 용어로는 동일성이다. 동일성은 동화(同化, assimilation)와 투사(投射, projettion)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인용문 도입부의 “피라미가 나와 조용히 노네. 이것이야말로 저 물고기의 즐거움이네.”라는 대목은 투사(감정이입)보다는 동화에 가깝다. 장자가 물고기의 즐거움이 마음속 느낌으로 온다고 말한 것이다. 이를 볼 때 물고기의 즐거움을 자아화하여 동일성을 유지한 것이다. 물고기의 즐거움을 시인의 내부로 끌어들여 내적 인격화를 이룬 것이다. 

 

그렇다면 동화이다. 하지만 결부의 “저 호수 밑의 물고기와 일체가 되어 마음속으로 통해서 그 즐거움을 알고 있는 것”이라는 대목은 동화보다는 투사에 가깝다. 이는 감정이입으로 동일성을 획득한 것이다. 장자는 상상력으로 자아를 물고기에 투사하여 자아와 물고기의 일체감을 이룩한 것이다. 이처럼 장자의 물아일체는 오늘날의 동일성과 일맥상통한다. 투사와 동화로 세분화하여 볼 때도 두 가지 모두 해당한다.

 

장자는 우화의 비유를 통해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했고, 이로 말미암아 현대 문인이나 예술가들은 장자의 상상력에 매력을 느낀다. 장자의 초월적 상상력에 근거한 모티프는 창조적 상상력을 더욱 풍부하게 이끌어 낸다. 이런 상상력을 ‘창조적 상상력’이라는 용어로 정리할 수도 있다. 때로는 무위자연의 장자적 이상향을 허구적 상상력의 범주에 속한다고 정리할 수도 있다. 장자의 비유, 즉, 이야기 그 자체가 초월적 상상력의 환상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장자는 중국을 비롯한 동양 사상과 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장자의 사상이 현재까지 한국의 문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장자의 물고기, 새’, ‘장자의 나무와 숲’, ‘장자의 나비 꿈’ 등, 우화와 관련한 상상력이 한국 문학 작품에서 생각보다 많이 숨 쉬고 있다. 장자의 초월적 상상력에 근거한 모티프는 창조적 상상력의 근원이기도 하다.

 

시인이여, 서양의 이론도 필요하지만, 한 번쯤 동양의 이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음을 망각하지 말자. 나아가 ‘장자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여 ‘무위자연과 물아일체의 이상향’의 꿈을 이루어 보자.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9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5.03.19 10:29 수정 2025.03.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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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