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은 아프다고 한다. 사랑해 본 사람은 다 동의할 것이다. ‘아름다움은 슬픔이다’란 말과 같은 뜻이다. 더 사랑할 수 없기에 가슴 아프고, 사라질 수밖에 없기에 슬프지 않을 수 없다. KBS에서 2015년 방송된 인기 대하드라마 ‘징비록’이 있다. ‘징계할 징(懲)’ ‘삼갈 비(毖)’ ‘기록할 록(錄)’은 시경(詩經) 소비편(小毖篇)의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豫基懲而毖役患)’는 구절에서 따온 책 이름이다.
이 책은 1592년 (선조 25년)에서 1598년까지 7년에 걸쳤던 임진왜란의 원인과 전황을 도체찰사 겸 임진 지휘자였던 서애 유성룡이 전쟁의 수난사를 생생하게 기록한 사료다. 그는 임진왜란 후 파직된 뒤 국난 극복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기반성의 지침서로 이 글을 집필했다고 한다. 사초(史草)란 역사 편찬을 위해 기록해 놓은 자료들과 왕과 신하들의 선악을 낱낱이 기록하고 시비를 적은 것이기 때문에 필화(筆禍)의 위험이 따랐을 것이다. 이석연 변호사는 '사마천 한국견문록'을 출간하고 인터뷰에서 그는 사마천에 주목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사마천은 바른말을 한 죄로 궁형에 처한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올바른 사람이 승리하고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나 민중들을 역사의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학자다. 사기는 3,000년 간 중국 역사를 다뤘지만, 인간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사기의 예가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에도 적용될 수 있다”
불교에서 인생은 고해라고 한다. 세상살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이 고해의 파도를 타는 사람이다. 1970년대부터 평생토록 파도 타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펴낸 책 ‘미개한 야만적인 나날들’ 있다. Time Magazine이 Top 10 Nonfiction Books of 2015에 선정했고, 2016년 퓰리처 수상도서이다. 이 개인적인 실록(實錄)의 저자 윌리엄 피네간은 어린 시절부터 파도타기를 시작했고, 더 신나는 큰 파도를 찾아 호주, 아시아, 아프리카, 남태평양 등 세계 각지로 다녔다.
파도타기는 그에게 스포츠가 아닌 인생순례 여정이었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글을 쓰고 싶었지만 아는 체하는 글을 쓴 사람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그가 직접 타본 ‘파도들’을 수백 개의 다른 각도로 정확히 기록했다고 한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으나 그 짜릿짜릿한 스릴과 쾌감은 그 무엇과도 비할 데 없다고 한다. 그는 아직도 세계 각지로 서핑 다닌다. 이처럼 우리는 어디에서든 인생의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다. 그것도 사랑이란 무지개를 타고 코스모스 바다로 항해하는 우주나그네 ‘코스미안 어레인보우’들이다.
지난 2011년 영국·미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세계 작곡가들이 선정단으로 참여한 세계 아름다운 곡 선정하기 대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로 뽑혔고, 그다음 해 2012년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과 단군의 ‘홍익인간’ 사상은 인도주의의 원조다. 우리의 정감 넘치는 ‘아리랑’ 가락을 타고 신명 나는 K-Pop과 싸이의 말춤에 이어 BTS ‘한류’를 통해 바야흐로 개명 천지 ‘코스미안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뚜렷한 표상이 가슴 벅차게 떠오른다. 우리나라 고유의 종교 천도교의 성서라고 하는 동경대전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이 붓을 어떻게 잡는지 잘 살펴보라.
정신을 가다듬고 고요한 마음으로 글씨를 쓴다.
찍는 점(點) 하나로 글 전체가 달라진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영화로도 만들어진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와 그 원조 격인 ‘반지의 제왕’을 보면 세상이 우리의 현실처럼 온통 마술의 산물이다. 근대 서양 오페라의 창시자로 불리는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가 중세 독일의 대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를 소재로 작곡·작사한 ‘니벨룽겐의 고리’가 있다. 라인강을 무대로 한 이 우화적인 서사시는 마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특히 인간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의 파멸을 막자는 교훈을 담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 영국 극작가며 비평가 조지 버나드 쇼는 세계를 크게 변화시킨 산업혁명의 와중에서도 이 작품을 통해 자본주의가 무너지고 계급 없는 평등사회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의 자연환경 보호론자들인 ‘녹색당원들’에게는 현대 공업화로 빚어지는 온갖 자연공해는 ‘괴테 다메룽’, 즉 북유럽 신화의 신들과 거인족 간의 최종적인 싸움의 결과로 오는 세계의 종말을 뜻하는 것 같다. 아무튼 바그너는 알고 있었다. 우리가 대지를 농락하거나 우롱할 수 없음을. ‘니벨룽겐의 고리’에서 그는 예언하듯 말한다. 짧은 세월 동안은 인간이 자연을 정복할 수 있을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자연은 되살아나고 신처럼 군림하던 인간은 멸망할 것이라고. 우리가 자연환경을 더럽히고 파괴하는 그 대가로 우리 자신의 비참한 불행과 혼란, 카오스를 피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 어두운 비유로서 악한 난쟁이인 알베르히가 라인강에서 불가사의한 마력이 있는 황금을 훔치는데 이 행위 자체가 자연의 조화와 질서를 깨뜨리는 인간의 욕망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황금으로 고리 가락지를 만들어 끼는 사람은 누구나 절대적인 힘을 쓸 수 있는 반면 반드시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고, 이 황금이 라인강 밖으로 나와 오래되면 될수록 그만큼 더 지구는 황폐해진다. 보다 못해 여주인공 브륀힐드는 더이상 세상이 더럽혀지는 것을 볼 수 없어 신들과 알베르히의 노예로 땅속에서 사는 인간 이하의 종족 니벨룽스를 차라리 없애버리려고 세상에 불을 질러버린다.
그러자 라인강이 범람하여 불길을 끄고 도둑맞았던 황금을 되찾아 지구생태계의 질서를 회복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기 땅과 물과 불 그리고 공기를 대표하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카산드라들로서 세상에서 상대해주지 않는 나쁜 일 흉사(凶事)의 예언자들이다. 이들은 거듭해서 신들에게 물욕과 권세욕 때문에 생길 재앙에 대해 경고한다. ‘우주의 주인’인 우두머리 신 보탄의 비서실장격인 에르다는 땅의 어머니로서 지신(地神)인데 황금을 라인강에 되돌려주지 않으면 자연의 질서가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라인강 자체와 그 속의 황금을 지키고 끝내 되찾아 내는 ‘라인의 처녀들’이 물의 신 수신(水神)이고, 보탄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면서도 계속 황금을 라인강에 돌려주자고 간언하나 번번이 묵살 당하는 로게는 불의 신 화신이다. 공기를 대표하는 것은 세 마리의 조신(鳥神)인데 그 중 ‘사상’과 ‘기억’이란 이름의 두 마리 보탄의 갈까마귀는 위로 날면서 그들의 주인을 경호하고 또 한 마리 ‘숲새’는 보탄의 손자인 지그프리트에게 어떻게 하면 악한 수중에서 황금을 되찾아 그 제자리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 일러준다.
이 독일 전설의 영웅 지그프리트는 성실한 인성의 인물로 자연을 사랑하고 지식을 갈망하며 불의와 맞서 정의를 위해 싸운다. 자연에 대적하는 것은 알베르히와 보탄 둘 다인데 알베르히는 사회의 무법자들을 상징하고 보탄은 사회의 지도자를 가리킨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회의 재난을 불러일으키는 자들과 이들로부터 힘의 고리를 얻어 세도를 부리는 자들이다. 이 고리의 끝 장면은 ‘신들의 황혼’으로 결국 자연은 스스로를 되찾아 권력에 굶주린 신들을 제거하고 세상을 인간들에게 맡긴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 바그너는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 아닌 단지 관리인임을 강조한다.
사실 한민족은 원래 자연을 파괴하기보다는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살았던 민족이다. 그렇다면 이 대자연의 ‘고리’가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피어나는 코리아에서부터 단군의 홍익인간으로 발현된 코스미안 사상이 그 참된 제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한민족이 이 같은 일을 주도할 천명을 타고난 것이다. 천지가 새롭게 개벽할 날이 오고 있는 것 같다. 아리랑 만세! 한류 만세! 코스미안 만세!!!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