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의 끝자락, 전남 강진을 찾은 필자는 유채꽃과 철쭉이 흐드러진 봄의 풍경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강진군이 운영 중인 ‘반값 여행’은 단순한 관광 할인 정책을 넘어, 체류형 관광이라는 전략적 모델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정책은 관광객을 유도하는 것을 넘어 지역에 머물고, 체험하고, 결국 지역의 일원이 되도록 유도하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강진은 이미 다산초당, 백운동 원림, 가우도 등 문화·역사·자연 자원을 갖춘 고장이다. 하지만 그 자산을 제대로 연결해주는 ‘반값 여행’ 정책이야말로 지역 관광의 가치를 극대화한 결정적 열쇠였다. 이로써 강진은 단순한 방문지가 아닌, 기억을 남기고 다시 찾고 싶은 머무름의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한편 광주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문화와 관광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이 있다. 도심 속 조용한 골목, 숲처럼 조성된 정원 안에 자리 잡은 ‘카페숲안에 문화복합공간’, 바로 ‘산내들이색악기연구소’다. 이곳은 단지 음료를 파는 카페가 아니라, 사람과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 문화공간은 ‘카페’라는 일상적 프레임을 뛰어넘어, 대금과 이색악기 연구를 중심으로 예술의 실험과 창작, 나눔과 소통이 이뤄지는 열린 무대다. 고요한 정원, 감각적인 인테리어, 따뜻한 커피가 어우러진 이 공간에서는 어느 날은 전통 대금 전시가 열리고, 또 다른 날은 디지털 미디어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한 모금의 커피와 함께 예술이 스며들고, 자연이 호흡하는 이곳은 속도보다 깊이, 트렌드보다 본질을 추구하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이다.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페친음악회’는 SNS 기반의 친목을 넘어 지역 예술인과 일반 시민이 함께 공연하는 참여형 음악회로 발전했다. 무대의 주인공은 고정된 아티스트가 아닌, 오늘은 관객이지만 내일은 연주자가 되는 열린 구조다. 이는 문화예술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예술의 일상화를 실현하는 산내들의 핵심 철학이기도 하다.
또한 대금 전시회는 단순한 악기 전시를 넘어, 대금의 소리를 디지털 콘텐츠로 풀어낸 융복합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전통을 현대의 언어로 풀어낸 실험이며, 과거의 예술이 현재의 기술과 만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카페숲안에 문화복합공간은 특히 정원전문 정단비 작가의 손길이 닿은 정원을 중심으로 자연과 예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매 계절 바뀌는 식생과 조경, 그 속에 설치된 예술 장치들은 방문객에게 도시 속 작은 숲을 걷는 감각과 예술 속에 머무는 경험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유행에 따라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꿈을 싹 틔우는 살아있는 장소라는 점이다.

이어 마크강의 ‘만 원의 행복’이라는 테마로 기획 된 프로그램 역시, 단순한 저가 체험이 아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 진짜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감성적 경험과 예술적 교류 속에 있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다양한 장르의 문화체험과 콘텐츠를 통해, 이곳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예술을 나눌 수 있는 민주적 문화 생태계를 실현 중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인문학적 소통’을 주제로 한 이번 강연은 지난 10년 이상 다양한 교육기관과 지자체에서 출강해 온 마크강 강연자가 진행한다. 마크강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기술의 흐름만을 전달하는 강의가 아닌, 인간의 본질과 가치를 중심에 두고 함께 소통하는 인문학적 접근을 지속해왔다.
이번 강연 역시 정보 전달을 넘어, 참여자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통하는 인문학’의 방식으로 구성된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과 조직, 관계 속에 어떤 의미를 가지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함께 고민하는 시간으로, 기술과 사람 사이의 균형을 성찰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강연이 될 예정이다.
강진이 지역경제와 체류형 관광의 성공 모델이라면, 광주의 산내들은 예술을 통한 도시문화 재생의 실험실이다. 특히 이 두 지역의 공통점은, 모든 문화 기획이 단기적인 소비를 목표로 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강진이 ‘머무는 관광’을 제시했다면, 카페숲안에 문화복합공간과 산내들이색악기연구소는 ‘머무는 예술’을 실천하고 있다.
예술은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언어이며, 문화는 소비가 아닌 삶의 방식이다. 카페숲 안에 숨은 산내들 이색악기연구소는 그 소박하지만 강렬한 진실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이제는 타 지자체와 도시들이 이 두 모델을 단순히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철학과 구조를 깊이 이해하고 자신만의 문화와 예술의 길을 설계해야 할 때다. 관광도, 예술도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강진과 광주는 지금, 그 이야기를 가장 아름답고 진정성 있게 써 내려가고 있다.
카페숲안에 문화복합공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