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 '싱클레어 영어교습소' 구도현 원장 |
‘영어는 도구다’라는 말을 넘어서, 영어를 통해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세종시에 위치한 싱클레어 영어교습소는 단순한 문법과 시험 중심의 수업을 넘어, 아이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과 표현력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 강의 중인 구도현 원장 © 싱클레어영어교습소 |
이곳의 구도현 원장은 런던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 후 한국에 들어와 대형 학원 운영, 국제 인턴십 프로그램 기획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교사’라는 자리로 돌아왔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세계를 존중하고, 그 속에서 함께 숨 쉬고 싶었습니다.”
▲ 사진 = 싱클레어 영어교습소 |
성균관대 재학 중 유학을 떠나 런던에서 석박사를 마친 구도현 원장은 귀국 후 대학 협의회와 유럽 상공회의소, 대사관 등이 함께한 국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양한 교육 시스템을 접했다. 이후 서울에서 대형 영어 학원을 운영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진짜 교육’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 사진 = 싱클레어 영어교습소 |
“운영자가 아닌, 선생님으로 남고 싶었어요. 아이들과 직접 마주하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함께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세종에 자리 잡은 ‘싱클레어 영어교습소’는 단순한 학원이 아닌, 아이들이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도록 돕는 교육 실험실에 가깝다.
▲ 사진 = 싱클레어 영어교습소 '동물농장' 원서 수업 후 워크시트 |
이곳의 수업은 독특하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수준에 따라 100% 영어 원서 수업이 진행된다. 어린왕자, 동물농장, 데미안, 정의란 무엇인가, 이기적 유전자등 인문학 중심의 원서를 함께 읽고, 이를 주제로 영어로 토론하고 에세이를 작성한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우주를 갖고 있어요. ‘동물농장’ 속 권력의 변화나 ‘정의란 무엇인가’ 속 도덕 철학에 대해 나름의 시각으로 접근합니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기준과 가치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죠.”
▲ 사진 = 싱클레어 영어교습소 |
초등학생이 칸트의 절대명령을 두고 “과자를 나눠 먹는 게 왜 항상 나만 해야 하는 일이냐”고 묻는 모습, 고등학생이 연역과 귀납 논리를 기반으로 글의 구조를 분석하며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는 순간들은, 그 자체로 교사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한다고 말한다.
▲ 사진 = 싱클레어 영어교습소 |
싱클레어 영어교습소의 차별점은 커리큘럼뿐 아니라, 그 안에서의 철학에도 있다. 수능과 내신을 위한 수업도 자체 제작 교재를 통해 진행되며, 단순 암기보다 문해력 기반의 이해와 적용을 중시한다. 구 원장은 직접 학생들을 위한 학습 자료를 제작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왜 영어로 말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암기 위주의 교육 대신, 반복적 독서와 문장 속 추론 학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입니다. 그러니 그 시작은 늘 ‘생각’이어야 해요.”
▲ 사진 = 싱클레어 영어교습소 내신 대비 자체 제작 교재 |
인터뷰 도중 구 원장은 오래전 장학 프로그램으로 가르쳤던 한 학생의 이야기를 꺼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이 고3 때 뇌종양 판정을 받았지만, 끝내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진학했다. 어느 날, 아무 연락도 없이 찾아온 그 학생은 “첫 월급을 타고 인사드리러 왔다”며 미소 지었다. 그날, 그는 가르침의 의미를 다시금 느꼈다고 했다.
현재의 목표는 수강생 100명을 넘기는 것이지만 그 너머의 꿈은 더 크다. 언젠가 뜻을 함께할 사람들과 함께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싶다는 계획이다. 교육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벗어난 아이들, 혹은 다른 성장 방식을 원하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 사진 = 싱클레어 영어교습소 |
“언어는 사고의 틀을 제한한다.” 구 원장은 비트겐슈타인의 이 말을 인용하며, 아이들이 새로운 언어를 통해 더 넓은 사고의 틀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한다.
‘배운 영어’를 넘어, 생각하는 영어로. 싱클레어 영어교습소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