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공존의 등불” — 2025년 부처님 오신날, 조계사에서 만난 평화의 순간

도심 속 사찰, 일상의 쉼터로 다시 태어나다

신자·비신자 구분 없는 따뜻한 체험의 장

부처의 가르침 속에서 되새긴 ‘존재의 소중함’

2025년 5월 5일. 부처님 오신날과 어린이날이 겹친 이날, 서울 도심의 중심에 자리한 조계사는 이른 아침부터 인파로 붐볐다. 불심 깊은 신자들뿐 아니라, 가족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 여행 중인 외국인 관광객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뒤섞여 사찰 안팎을 메웠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모처럼 겹친 연휴를 맞아 평소 가보지 않았던 조계사를 직접 찾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만난 조계사의 첫인상은 ‘고요함’이었다. 차량 소음과 바쁜 발걸음으로 가득한 거리와는 달리, 경내에 들어서자 공기는 달라졌다. 알록달록한 연등이 하늘을 덮고, 풍경 소리에 맞춰 바람이 지나가고, 연등 아래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평온했다. 몇몇은 합장을 하며 조용히 두 눈을 감았고, 어린 자녀의 손을 잡은 부모는 색색의 연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었다.

 

조계사는 이날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연등 만들기 체험, 단주 염주 만들기, 다도 시연 등은 불교라는 종교적 배경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녹아 있었다. 경내 한쪽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 안내 해설이 진행됐고, 다른 쪽에서는 승려들이 나누어주는 무료 차 한 잔에 시민들이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사찰이 종교 공간을 넘어, 일상의 쉼터이자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대웅전 앞에 선 순간이었다. 의례를 마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문 앞에 놓인 울긋불긋한 헌화와 기도문이 쌓이고 있었다. 나는 한참을 서서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기도문을 쓰거나 향을 피우지 않아도 좋았다. 단지 그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고, 일상에서 잊고 살던 ‘평화’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부처님 오신날의 의미는 단지 탄생을 기리는 의례에 머물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존귀하다”는 부처의 가르침은 종교를 초월해 인간 존재 자체의 가치를 일깨운다. 불자들이 합장하며 부르는 “나무아미타불” 속에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자신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어린이날과 겹친 이날, 아이들과 함께 찾은 많은 가족은 그 의미를 더욱 깊이 새길 수 있었다. 한 아이는 어머니 손을 꼭 잡고 “엄마, 이거 천국 같아”라고 말했고,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계사를 나서며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이렇게 ‘멈추는 시간’을 갖는가. 매일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 성과와 경쟁에 떠밀려 바쁘게 사는 도시의 삶 속에서 이런 ‘쉼’은 너무도 귀하다. 그런 점에서 부처님 오신날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허락된 작은 휴식이었다.

 

2025년 5월 5일, 이 겹친 기념일은 어쩌면 ‘함께의 시간’이었다. 어린이도, 어른도, 신자도, 비신자도. 우리는 함께 연등을 바라보며 평화를 느꼈고, 서로의 존재를 조용히 받아들였다. 그 평화가 오래가길 바란다. 그 소망이 바로 오늘 조계사에서 내가 배운 부처의 말씀이었다.

조계사 근처에서 중국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불교 관련 용품을 국내외에 유통하고 있는 한훈 대표와 특별한 인터뷰가 있었다. 그는 이날 행사를 누구보다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요즘처럼 경기와 사회 분위기가 얼어붙은 시기에, 종교를 초월해 많은 이들이 모여 웃고 나누는 모습은 그 자체로 큰 의미”라고 말하며, 부처님 오신날이 단순한 종교 기념일을 넘어 한국 사회에 필요한 ‘화합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한훈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경제 불황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또 극심한 정치적 분열 속에서 한국 사회가 많은 피로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한국적 정서 속에 깊게 뿌리내린 ‘불심’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사찰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고, 오늘처럼 부처님의 자비 정신을 함께 나누는 자리는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상징적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불교를 매개로 한 문화 교류가 활발하다”며 “오늘 조계사에서 진행된 다양한 행사는 외국인에게 한국 불교와 문화의 깊이를 알릴 수 있는 훌륭한 창구”라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이어 “모든 생명이 존귀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가치”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기사관련 문의 : 노제승 기자

작성 2025.05.05 20:10 수정 2025.05.0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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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