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김관식

정몽주의 어머니 영천 이 씨가 아들에게 경계를 당부한 옛시조 “까마귀 싸우는 골짜기에 백로야 가지 마라/성낸 까마귀 흰빛을 샘낼세라/ 맑은 물에 기껏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가 있다. 검은 깃털을 가진 까마귀를 나쁜 사람을 비유하고, 백로는 좋은 사람을 비유하여 나쁜 사람과 어울리지 말라는 뜻을 담은 시조이다. 

 

실제로 백로는 더러운 진흙탕 같은 물도 찾아가 먹이활동을 한다. 그렇지만 깃털이 더러워지지 않게 하려고 그루밍을 열심히 해서 항상 새하얀 깃털을 유지한다. 그리고 까마귀는 깃털의 색깔이 검은색이지만 영리한 새로 자라면 어미 까마귀를 먹여 살리는 효심이 강하다고 한다. 

 

깃털의 색깔로 인해 관념화된 상징성으로 비유한 시조인데, 오늘날에도 이와 유사한 사자성어로 근묵자흑( 近墨者黑)이라는 낱말이 있다. 이 말은 먹물을 가까이 하면 점점 검어진다는 말로 나쁜 사람과 가까이하면 나쁜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게 된다는 의미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맹자 어머니가 맹자를 교육시키는데 환경이 중요함을 실천한 교육열을 보여준 실례이다. 오늘날도 자식 교육을 위해 좋은 학군으로 이사 가는 극성스런 부모들이 많은 것을 보면, 모두 사람이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녀들을 좋은 교육 학군에서 교육시켜 일류학교에 진학시켜 권력과 부를 거머쥐는 상류층으로 키우고자 하는 열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교육은 환경의 영향도 받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전적인 요인도 간과할 수 없이 중요하다. 머리가 나쁜 자녀를 아무리 좋은 학군에 입학시킨다고 해서 일류학교의 진학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공자의 경우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성인이 되었다. 개천에서 용이 나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는 더러 개천에서 용이 나왔지만,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사회적인 풍토가 되어가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사회풍토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기란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거나 로또 당첨 확률 정도로 기회가 적어졌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기준은 아마 신뢰도일 것이다. 에릭슨에 의하면 누구를 신뢰할지 기초적인 학습을 하는 시기는 어린 시절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정에서 부모 사이 신뢰 관계가 깨지는 것을 목격한 아이들은 혼란스런 상황에 놓이게 되고, 커서 어른이 되면 부모와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가정의 부모 행동은 대물림하게 된다. 다시 말해 문화재생산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의 앞날을 위해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성장기 가정환경이 좋은 학군의 또래 집단에서 긍정적인 가치관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서일 것이다. 

 

미국의 시카고에 있는 로욜라대학교 린다 스트로 교수의 저서 『신뢰의 법칙』에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을 여러 사람들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해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⑴ 사람은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좋은 성격이나 나쁜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⑵ 좋은 사람은 잘못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⑶ 좋은 사람은 관점을 바꿔 생각할 수 있다. ⑷ 좋은 사람은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 ⑸ 나쁜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영리하지 않다. ⑹ 좋은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제쳐놓을 수 있다. ⑺ 좋은 사람은 내가 나쁜 사람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⑻ 스포츠에 견주어 말한다면, 마지막 회가 되어야 좋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 좋은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함께 있어주려고 한다. ⑼ 좋은 사람은 당신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똑같이 말한다. ⑽ 좋은 사람은 일관성 있게 이야기한다. ⑾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⑿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때때로 나쁜 사람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는 좋은 사람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특성을 참고로 여러분들도 여러분들과 만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가늠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데 참고하시길 바란다.

 

좋은 사람의 특성

 

 ➀ 좋은 가치관을 보여주는 이력이 있다.  

 ➁ 일이 잘못될 때 건전하게 대응한다.

 ➂ 잘못을 인정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뭔가를 배운다.

 ➃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안다.

 ➄ 직업적. 사회적 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한다.

 ➅ 일관되게 좋은 행동을 보여준다.

 ➆ 뛰어난 외모나 좋은 교육, 재산 외에도 긍정적인 자질이 있다. 

 ➇ 자신의 뛰어난 외모나 지식, 재산으로 다른 사람을 이용하지 않는다.

 ➈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➉ 어떤 상황에서도 성실하다.

 ⑪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생각한다.

 ⑫ 상대방에 잘못할 때 자발적, 건설적으로 이야기해 준다.

 ⑬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준다.

 ⑭ 가족과 그 밖의 신뢰하는 의논 상대에게 이들을 소개할 수 있다.

 ⑮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도 건전하게 대응한다.

 ⑯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려고 세운 기준을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한다.

 ⑰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⑱ 힘든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끝까지 충실하다.

 ⑲ 사람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그에 대해 똑같이 말한다.

 ⑳ 시간이나 공간, 돈, 친구 같은 자원을 나눌 줄 안다.

 

이 밖에도 각자가 자기 나름대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한번 길든 가정문화나 사회문화는 굳어져 있기 마련이다. 동양의 사주, 관상학은 바로 이 굳어진 습성을 통계학적으로 알아맞히는 행위이나 과학적으로 증명할 만한 근거가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를 모른다. 모두 다 자기 나름대로 주관적인 기준으로 자신을 합리화하여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뒤돌아보지 못하고 남의 결점만을 들추어 나쁜 사람으로 평가한다. 목불견첩(目不見睫), 남의 눈의 티끌만 보고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모두 자기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냉철하게 자신을 뒤돌아보고 남을 위해 자신이 한 일을 들추어보면 자신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어렴풋이 눈을 뜰 수 있을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5.05.12 09:15 수정 2025.05.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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