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해지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이 아파야 했을까?”
당신도 그런 적 있나요?
마음 한 귀퉁이에 오래 눌러 담은 감정을,
제때 꺼내지 못해 더 깊어져 버린 순간들이요.
너무 아파 달리 표현할 수조차 없었던 일들,
너무 사랑해 끝내 전하지 못했던 말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그때 못 꺼낸 감정”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갑니다.
감정을 너무 무너트리거나
드러내지 않기 위해 눌러내는 우리를 위하여
제 이야기의 여백에 당신의 마음을 채워 넣을
공간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책 「감정의 자국들」은 지나온 감정의 시간들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쓴 기록입니다.
이 시집의 한 구절이 당신의 어딘가에 남아,
그 시절의 당신의 마음을 만져주는
다정함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소개>
시인 한하리
2015년부터 글로 감정을 기록해 왔고, 2018년부터는 작은 문학 모임을 운영해 오고 있다. 삶과 사람, 사랑과 후회 사이에서 감정의 이름을 찾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남긴 감정의 자국’을 시로 꺼내는 일을 조심스레 이어간다. 이 시집은 슬픔과 다정함, 체념 사이에 존재하는 고요한 성장을 이야기한다. 『감정의 자국들』은 그렇게 쌓여온 10여 년 감정의 과정이자, 사랑이 남긴 여운을 성장으로 기억하고자 한 첫 책이다.
<이 책의 목차>
제1부. 사랑 이전의 불안
심연
불안감
시선이 가다
몰입
완벽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무제
닿고 싶어서
어른의 산타클로스
너의 비
사랑을 알다
스물 중간, 겁
로맨스릴러
힘
한 줌도 남지 않아도
불나방
원죄
관계의 역학
새벽 눕기
낮에 꾸는 꿈
안락사
일요일에 숨자
점, 찍어주세요
유리구두
미성숙한 욕심
감정의 덫
연민과 사랑의 관계
계급
두려워하다
사랑은 시소
당겨지다
포기로 당신을 사랑하는 일
제2부. 겁 많은 사랑은 끝내
이질감
말없이
도무지
각자의 것
관계의 종말
비명 없는 장미
담아 보관하려
미아
관심의 부재
맹목의 자리
희노애애, 불균형
우리가 달라서
지나오다
웃었다
하이힐은 없다
이인감
숨과 슬픔
영원“했던”
천장
당신이 뭐여서
응어리
조각
비 냄새
미련, 벌레 같은
긴 밤
당신의 온도가 남은 자리
미련한 슬픔
울지 못하는 멍청이의 굴레
도망치는 일
새해
삼켜지지 않는
당신에게도
사라진 그대에게
너무 늦게
비어 있는 봄
독백
낮은 곳
편지
너의 여지
일주일 먼저
기억의 자리
무딘 하루
느리게 씹은 마음
스미다
죽지 않고 안녕히
제3부. 다정의 학습
전하지 않을 말
상현달 – 하현달
...
우리는 늙고 사랑은 낡아도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
사랑의 순서
아픔의 둔화
크레마
쓴맛
작별
구체적으로
고요한 절망
기대에 대하여
사소한
통로 : 추억
마음, 달걀
청춘을 보내다
도대체, 나부터
소중한 사진
환상통
진정한 안녕
야옹
모성
기다림의 모순
추억, 변곡
덜어냄
머리카락을 잘랐다
빈자리
딸기맛 제티
남겨진 마음들이 글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시간은 약이 아니다
다정도 결국 그리움이 되었다
다정의 학습
불가능한 사랑 : 기적
네가 있던 자리
마음이 미끄러지다
별것 아닌 어려운 말
<본문 詩 ‘한 줌도 남지 않아도’ 전문>
시들어 버릴 꽃이어도 좋다.
너의 순간에 피는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면.
익숙해져 무의미해질 향기여도 좋다.
너의 숨결 속에 스며들 수 있다면.
이루어지면 잊히는 소망일지라도 좋으니
너의 간절함이 온통 나이기를.
나를 그렇게 네게 주어서
너의 안에 다 스며드는 것이라면 나는 좋다.
내가, 한 줌도 남지 않아도.
<추천사>
이 책 『감정의 자국들』은 사랑, 상실, 그리움, 위로라는 이름을 빌린 감정의 미로 속을 섬세하게 걸어가는 시집이다. 마치 마음의 기온을 측정하듯, 말로 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의 결들을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주고, 조심스럽게 어루만져 주는 이 책은 단지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책’이다.
한하리 작가는 “다정해지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이 아파야 했을까?”라는 문장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이 질문은 흔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책 전반에 흐르는 정조이며, 작가 자신이 감정의 굴곡을 통과하며 얻어낸 성찰이다. “당신도 그런 적 있나요? 마음 한 귀퉁이에 오래 눌러 담은 감정을, 제때 꺼내지 못해 더 깊어져 버린 순간들이요”라는 문장에서 보듯, 이 책은 잊힌 감정, 말하지 못한 마음에 대한 애틋한 복기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시 중간중간에 짧막한 ‘감정사전’ 글이 들어가 있다. 특히 ‘이상형의 기준’, ‘질투’, ‘불이익’, ‘어쩔 수 없었어’ 같은 글들은 짧지만 묵직하다. “너무 당겨쓰다가는 막상 중요한 순간에 더 이상 태울 심지가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르니 주의할 것”이라며 ‘열정’을 경고하는 문장은 감정의 소비를 돌아보게 한다. 감정의 언어에 무게를 더하고, 독자가 자신의 마음을 되짚을 여백을 남긴다.
1~3부에서는 사랑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 상처와 회복을 따라간다. ‘몰입’, ‘포기로 당신을 사랑하는 일’, ‘울지 못하는 멍청이의 굴레’, ‘관계의 종말’, ‘우리는 늙고 사랑은 낡아도’ 등 한 편 한 편이 감정의 파편이자 작은 서사다. 감정이 감정으로 설명되지 않고, 구체적인 상황과 이미지로 풀어진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슬픔이란 건 왜 이렇게 미련할까? 물에 번진 잉크처럼 서서히 쌓이고 쌓여서 돌이킬 수 없을 때에야 댐 터지듯 터져…”라는 문장처럼, 이 책은 단어 하나에도 절절한 마음이 실려 있다. 이 감정들은 너무 뜨거워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하고, 너무 미세해서 손에 쥐기 어려운 것들이기에 오히려 글로 남겨져야 했을 것이다.
『감정의 자국들』은 관계의 끝자락에서, 마음이 다쳐 울지도 못할 때 꺼내 읽을 수 있는 작은 담요 같은 책이다.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연애의 복기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의 지도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든 이 책은 “괜찮아, 그 마음 나도 알아”라고 말해주는 다정한 친구가 되어준다.
작가가 경험한 감정은 고유한 것이지만, 그 결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 자신의 자국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의 언어는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기억의 상처를 조용히 쓰다듬는 손길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마음을 비춰보는 작은 거울이 된다. 감정의 이름을 배우고, 그 이름을 스스로에게 붙여 주는 것! 그것이 곧 다정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천천히, 그러나 다정하게 알려준다.
(한하리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56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