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지혜, 오늘날 경영을 꿰뚫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일이관지(一以貫之)’는 “하나의 이치로 만 가지 일을 꿰뚫는다”는 뜻이다. 이는 고대 유학의 핵심 사상 중 하나로,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조직 운영과 기업 경영에 깊은 시사점을 준다.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이관지(一以貫之)’는 단순한 철학적 원칙이 아니라, 기업이 처음 세운 가치를 끝까지 일관되게 지키는 전략적 관점으로 해석된다. 수많은 변화와 혼란 속에서 '처음의 뜻'을 잃지 않고, 모든 경영 활동에 그것을 녹여내는 기업만이 신뢰받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모두 공통된 핵심 철학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제품 개발, 고객 응대, 마케팅, 인사 정책까지 그 철학이 일관되게 반영된다. 이는 단순한 브랜드 정체성을 넘어, 고객과 내부 구성원 모두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작지만 강한 기업들, ‘철학’으로 성장하다
국내에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롤리데이(oh, lolly day!)’가 일이관지의 현대적 실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브랜드는 “오늘 하루가 즐겁게”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철학을 중심에 두고, 문구·패션·굿즈·컬래버레이션 등 다양한 제품군을 전개하고 있다.
제품의 종류와 형태는 다채롭지만, 모든 기획과 마케팅 활동은 ‘작은 일상 속 기쁨’이라는 철학을 일관되게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적 일관성은 소비자에게 명확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며, 자연스럽게 고객 충성도와 팬덤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핀란드 헬싱키에 본사를 둔 친환경 가구 브랜드 ‘Ekokum(이코룸)’이 눈에 띄는 사례로 꼽힌다. 이코룸은 “자연이 만든 가구,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철학을 중심으로 전 제품을 설계하고 있으며, 재활용 목재, 식물성 고무, 무독성 마감재 등 친환경 소재만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단지 제품 제작에 그치지 않고, 생산 과정과 유통,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반에서 지속 가능성과 인간 중심 공간 철학을 일관되게 실현하고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집은 지구를 지키는 첫 걸음”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며,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고, 친환경 시장 내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이처럼 오롤리데이와 이코룸은 각각의 분야에서 일관된 철학을 모든 경영 활동에 적용함으로써, 단순한 제품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일이관지’라는 고전의 원칙을 현대 비즈니스에 실천적으로 접목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왜 ‘일이관지(一以貫之)’가 중요한가?
현대 비즈니스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날로 빨라지고, 소비자의 기대는 더욱 복잡해졌으며, 사회·환경적 요구 또한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팬데믹이나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같은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더욱 유동적인 환경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놓여 있다.
이처럼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관된 철학’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방향성을 잃기 쉽다. 전략이 흔들리고, 메시지가 분산되며, 내부 조직은 물론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반면, 처음 품은 뜻을 끝까지 지켜내는 기업은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중심을 유지하며,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신뢰와 정체성을 쌓아나간다. 결국 이러한 기업은 시장에서 고유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는 더욱 깊어진다.
이는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존재 이유’에 충실한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존속이 가능하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이관지(一以貫之)’, 철학 경영의 부활
오늘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윤리적 소비 대응, 고객 중심 전략 등 다양한 키워드가 기업 경영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흐름은 결국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당신의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갖고, 그 철학을 일관되게 실천해 나가는 힘이 바로 ‘일이관지’다. 이제는 품질 좋은 제품이나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기업이 어떤 철학을 실현하려 하는지,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는지가 브랜드의 신뢰와 충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철학을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바로 그 철학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관통하는 힘이, 오늘날 기업이 살아남는 진짜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