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리틀 마르코’라는 조롱을 받았던 정치인이, 이제 미국 외교와 국가안보의 중심 인물로 돌아왔다. 마코 루비오(Marco Rubio)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 USAID 처장 대행, 국립문서기록청 임시 청장을 동시에 겸임하고 있으며, 이는 1970년대 헨리 키신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루비오는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플로리다 하원의장을 거쳐 2010년 상원의원으로 워싱턴에 입성했다. 그는 전통적인 보수 매파로, 인권과 자유, 대외 개입을 중시하는 정치 노선을 견지해왔다.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는 트럼프와 경쟁했으나, 이후 정치적 타격을 입고 한동안 주류에서 밀려났었다.
그러나 그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2025년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핵심 참모로 복귀하며 외교·안보 분야의 실질적 권한을 쥐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가 생기면 마르코에게 연락한다. 그럼 일이 풀린다”고 직접 언급하며 절대적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루비오의 정치 생존 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대통령 어젠다에의 철저한 복종
그는 국무장관 취임 직후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대통령의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외교정책”이라고 선언하며, 독립적 정치 행보를 중단하고 트럼프 어젠다에 철저히 순응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략적 침묵과 타이밍 조절
트럼프 정부 내 USAID 해체 논란 등 주요 사안에서 그는 초기 침묵을 유지하며, 뒤늦게 개혁안 발표를 통해 내부 반발을 최소화했다.
대통령 수호자로서의 강한 발언
반이민 정책 논란 시, 그는 “외교는 대통령 권한이며, 판사도 이를 막을 수 없다”고 발언하며 행정부를 강하게 방어했다.
공개 충돌 없이 권력 조정
일론 머스크가 추천한 USAID 책임자 피트 마로코를 해임한 결정은, 루비오가 내외부 신호를 분석한 후, 조용히 정리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루비오의 영향력은 단순히 충성심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그는 백악관 비공개 회의에서 일론 머스크가 국무부 감원 규모를 비판했을 때 “이미 1,500명을 조기 퇴직시켰다”고 단호하게 맞섰으며, 이후 마로코를 해임하면서 독자적인 판단력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과거 인권·민주주의 옹호에서 지금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조속한 평화협정을 압박하고 있으며, 국무부 내 인권 및 민주주의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또한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방 강화, 유학생 비자 취소 조치 등 강경한 이민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그가 과거 상원의원 시절 보여주었던 입장과는 명백히 상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비오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정치적 설득자’로 불리며, 단순한 충성파를 넘는 독자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Politico는 그를 “트럼프 정권 생존 전략의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루비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후계군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JD 밴스와 함께 보수 진영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며, 트럼프 이후 미국 우파의 권력 구조에서 중심 인물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한 루비오의 위상은, 과거 헨리 키신저 이후 미국 외교의 방향성을 실질적으로 설계하는 인물로서, 세계 질서 재편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 정교하게 권력의 중심으로 돌아온 마코 루비오. 그는 더 이상 ‘리틀 마르코’가 아니다. 미국 외교의 실무자이자 설계자로, 지금 세계는 그의 다음 수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