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개혁은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닌, 과거의 관행을 과감히 벗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근본적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미봉책으로는 더 이상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경제, 성장의 엔진이 멈췄다
한국은행은 2025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대폭 하향 조정하였다. 이는 불과 3개월 전 1.5%였던 수치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로, 1950년대 전쟁이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대형 충격을 제외하면 전례 없는 하락세이다. 내수 침체, 수출 불확실성, 고금리, 급증하는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 등 복합적 위기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제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하였다. 고용 구조 개편, 산업 생태계 전환, 내수 촉진, 사회안전망 확충 등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 정치가 표심에만 매달리고 있는 사이, 경제는 심폐소생술로도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가 아닌, ‘어떻게’ 새로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방향과 실행이다.
사회, 교실의 붕괴와 공동체의 위기
최근 교사 폭행 사건이 제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교사의 직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9점에 불과하며, 절반이 넘는 교사가 이직이나 조기 퇴직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직한 교사 수는 3만 6천 명을 넘어섰다. 교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권위의 실종, 상호 존중의 붕괴, 공동체 의식의 약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심각한 징후이다. 교실의 위기는 곧 사회적 기반의 위기로 이어진다.
문화, 신뢰와 시민의식의 재구성
개혁은 제도 개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의식, 사회적 신뢰, 민주적 문화풍토의 성숙이라는 ‘질적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보의 고도화, 개방의 주체화, 인간의 도덕화, 제도의 민주화가 동시에 추진될 때, 비로소 진정한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교육의 기회균등, 준법 질서의 확립,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사회안전망의 확충은 모두 건강한 문화적 토대 위에서만 실현 가능하다. 개혁의 목적은 단지 효율성이 아닌,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사는 정의로운 사회의 건설이어야 한다.
정치, 개혁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
정치는 개혁의 출발점이자 추진 동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권은 진영 논리에 갇혀 있고, 단기적 이익에 매몰되어 있다. 경제 위기와 사회적 불안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초점은 여전히 정쟁과 이미지 소비에 머물러 있다.
정치 개혁 없이는 경제·사회·문화의 개혁 또한 불가능하다. 정치의 투명성, 책임성,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한 정책 수립, 초당적 협력 기반의 개혁 추진이 절실하다.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개혁의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전면적 개혁의 시간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면적 개혁의 기로에 서 있다. 경제는 성장을 멈추었고, 교육은 무너지고 있으며, 시민사회는 분열되어가고 있다. 정치마저 개혁의 걸림돌로 전락한 현실에서, 더 이상 단기적 처방과 임시방편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경제 구조의 근본적 혁신, 교육 현장의 실질적 변화, 문화와 시민의식의 성숙,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정치 개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각 영역이 분절적으로 작동해서는 안 되며, 유기적으로 연결된 종합적 개혁이 필요하다.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가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개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박동명 / 법학박사
∙ 한국공공정책학회 상임이사
∙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