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리 에세이! 「심장 속에 있는 수십 겹의 대일밴드」 (보민출판사 펴냄)


날지 못하는 나비를 바라보며

 

나의 화실에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 캔버스가 있다.

가끔 나를 만날 때면 내 손길로 터치해 주기를 원하는 듯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려 넣을까?

나비 한 마리를 그렸다.

눈을 감고 상상한다.

어두운 이곳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나비 홀로 외로움과 두려움에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채 움츠리고 있다.

코스모스를 그렸다.

영산홍도 그렸다.

잔디마당을 그린 다음 드넓게 펼쳐진 하늘과

해오름을 그려보았다.

 

정원에 물을 주는 아낙네 옆에서

물총 놀이하며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이 보인다.

잠자리를 그려놓았다.

 

꽃들이 해맑은 얼굴로 웃으며 인사하고

꽃가루들도 치어리더처럼 춤을 춘다.

 

어느 순간 나비가 잠자리를 부르더니

하이파이브를 하고 춤추듯 날갯짓을 하며

함께 날아오른다.

무용수들의 몸부림치는 전율과 희열이 나에게까지 느껴진다.

 

찐 자유를 만끽하는 환상적인 날갯짓을 하며

나비는 높이 더 높이 날아오른다.

 

이 모든 어우러짐이

한 편의 예술작품이 되는 순간이다.

꿈 담은 캔버스 안에서 나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한 장 한 장의 백지가 새하얀 캔버스라 생각하며

매일매일 한 스푼씩 사랑을 펴 바른다.

나의 이야기가 독자의 가슴에 공기와 햇살이 되기를 꿈꾼다.

 

때로는 메마른 대지를 흠뻑 적셔주는 비가 되기를,

비 묻은 얼굴을 닦아주기 위해

가슴에 품어 따뜻하게 데워놓은

보송보송한 손수건이 되기를

 

그 비를 맞고 오는 이들에게

속싸개와 겉싸개 같은 글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작가소개>

 

작가 오영리

 

수필가 & 시인

전북 완주 출생

 

[수상내역]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등단(문예춘추 2024)

시 부문 신인문학상 등단(문예춘추 2025)

2회 김남조문학상 수상(2025)

 

() coffee meloso 대표

() 펜션 아리수 대표

() 문예춘추 이사

 

 

 

<이 책의 목차>

 

추천사

작가의 독백 <오영리>

작가가 전하고픈 말

 

 

1

 

불륜커플

<리뷰> 너란 애는

풍선 간판

커피 찌꺼기

절대 반품 안 함

 

 

2

 

뒷담화 그늘

누룽지 너스레

오지랖 넓어

카라멜 맛 팝콘

꽃밭 향기 그윽하다

유화의 눈웃음 빛남이여

 

 

3

 

심장 속에 있는 수십 겹의 대일밴드 (1)

심장 속에 있는 수십 겹의 대일밴드 (2)

노예 아닌 노예

암초에 부딪힌 노부부의 크루즈

어느 이장님의 재판 망치

 

 

4

 

쥐구멍에서 해를 찾아가는 길

엄지손가락 울기

세금청구서

모기의 플러팅

풀어야 식혀야 제맛

한파 얼음 속 물고기

 

 

5

 

닭들의 적

곰삭은 김치

자다가도 벌떡

애지중지 태교하는 마음으로

퉁퉁 부은 발 동동 구르고

 

 

6

 

엄친아 애완견들

십만 원 때문에 스스로 종이 된 남자

파리목숨

다르다는 이유로

다섯 번이나 미친 그 여자

 

 

 

<본문 꽃밭 향기 그윽하다전문>

 

꽃이 시인의 옷을 입고

삶의 갈피에 앳된 모습으로 웃는다

 

앞니 보이니 붉은 가슴

어금니 깨무니 푸른 눈물

목젖 보이니 한숨이 터진다

 

가슴 아린 풀잎에 이슬이 굴러

햇빛으로 향기 지우니

 

엄마 약손 온도가

등마루 쓰다듬고

꽃밭에 그윽함이 만발한다

 

 

 

<추천사>

 

사람의 마음에는 말로 다 닿을 수 없는 결이 있다. 아픔이 오래된 상처가 되어 굳어질 때, 우리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이미 곪아 있다. 오영리 작가의 에세이 심장 속에 있는 수십 겹의 대일밴드는 바로 그 에 있는 상처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누군가의 다친 마음에 조용히 대일밴드를 붙여주는 듯한 이 책은, 에세이이자 삶의 조각들이 흩뿌려진 한 편의 시처럼 읽힌다.

책은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딸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어떤 날은 심장에 몸살이 난 듯 온몸의 체온이 불덩이가 되었고, 어떤 날은 쑤시고 결렸다는 문장에서 느껴지듯, 주인공 은아의 상실감은 지독한 슬픔을 넘어 심장 안쪽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다. 그러나 은아가 할 수 있는 일은 대일밴드를 덧대는 일뿐이었다. 작가는 그 덧댐을 조금 통증이 가라앉은 듯한 착각으로 자신을 안아주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표현한다.

이 책의 제목은 그렇게 탄생했다. 심장 속에 무심코 붙였던 대일밴드들이 겹겹이 쌓이고, 그 위로 다시 세월과 사연이 덧붙여진다. 마치 오랜 시간 단단한 압력을 견디며 돌이 다이아몬드가 되듯, 이 책 속의 상처들도 묵묵히 그렇게 단단해진다. 독자는 작가의 진심 어린 기록 속에서 어느새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나도 나에게 대일밴드를 붙여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작가 오영리는 말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 교감하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단 한 사람의 독자라도 이 글에 공감하고 단 한 구절에서라도 상처 입은 마음이 치유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그 바람은 문장마다 고스란히 스며 있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따뜻하게, 작가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상처에 대해, 오해와 사랑, 그리고 회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륜커플에서는 주말부부로 살아가는 부부가 주변의 오해에 직면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로 버텨나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소문이 틀리진 않네요. 돈 많은 유부남 그리고 그 유부남의 여자라는 말에, 그녀는 속으로 되뇐다.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이 많은 가정 있는 남자, 그리고 그 본처는 지금 여기 있는 바로 나!” 이 유쾌한 반전은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선입견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든다.

 

한편 커피 찌꺼기에서는 버려진 찌꺼기가 새로운 정원에서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이야기한다. “비참하고 보기 좋게 버려졌던 이곳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지나온 날을 회상한다는 마지막 문장은, 절망에서 다시 희망을 품게 하는 치유의 메시지다. 누구나 가진 상처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라는 말을 던지기보다 너의 방식대로 살아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한다. 그 다정함이,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만약 누군가 살아가는 게 많이 버거운 날,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짧지만 선명한 한 편의 글이, 오래도록 붙잡았던 감정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심장 속에도 조용히 대일밴드 하나가 덧대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오영리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228/ 국판형(148*210mm) / 14,000)

작성 2025.05.31 18:39 수정 2025.05.3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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