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의 사전투표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34.74%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이는 유권자들의 뜨거운 참여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평일에만 진행된 사전투표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의 투표소마다 길게 늘어선 유권자들의 행렬은 우리 민주주의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였다.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국민들이 국가 정상화와 민주주의 회복에 얼마나 큰 열망을 품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선거의 열기만큼이나 선거관리의 신뢰 역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이번 사전투표 과정에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사전투표소 등 일부 현장에서는 투표용지가 투표소 밖으로 반출되는 듯한 상황이 발생하여 논란이 일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관리 부실을 인정하고, 김용빈 사무총장과 노태악 위원장 모두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사과하였다. 선관위는 기표 대기 줄이 길어진 상황에서 투표용지 발급 속도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점을 관리 부실로 인정하며, 이와 같은 사건이 국민의 상식적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일임을 분명히 밝혔다.
다행히 실제로 투표용지가 외부로 반출되거나 투표가 무효 처리된 사례는 없었으며, 모든 유권자가 정상적으로 투표를 마쳤음이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 부실로 인해 유권자들이 혼선을 겪고, 일부는 투표용지를 들고 식사를 하러 나가는 등 ‘직접·비밀’ 선거 원칙이 훼손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각종 부정선거 음모론이 사회적 불신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선관위의 작은 실수조차 국민적 불신과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사전투표 기간에도 선거 방해 행위, 음모론 유포, 참관인에 의한 투표함 훼손 등 선거 신뢰를 위협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거관리의 전 과정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투표소 운영 인력의 전문성 강화와 현장 대응 매뉴얼의 실효성 확보에도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투표용지 발급, 기표소 입출입 통제, 참관인 관리, 투표함 보안 등 모든 단계에서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 특히,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선거를 방해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국민이 직접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절차이다. 선관위는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한 표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이 국민 모두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더욱 철저하고 엄정한 선거관리에 임해야 한다. 이번 대선이 부정선거 논란을 불식시키고, 민주주의 신뢰 회복의 전기가 될 수 있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각성과 혁신을 촉구하는 바이다.
박동명 / 법학박사
∙ 한국공공정책학회 상임이사
∙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