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카말라 해리스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이 대선은 단순한 승패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해리스는 단 3개월 만에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의 선거자금을 모았고, 총 15억 달러(약 2조 1000억 원)를 지출했다. 매주 1억 달러씩 사용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스는 경합주 대부분에서 패배했으며, 민주당 후보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국민 득표에서도 패배했다. 선거 후 남은 것은 280억 원의 부채와 하와이에서 보내는 휴가뿐이었다.

해리스 캠프의 자금 사용 내역을 보면, 광고비에 6억 달러, 오프라 윈프리나 레이디 가가 등 연예인을 초청한 행사에 280억 원 이상, 문전 유세 인건비에 700억 원, 개인 전세기에 36억 원, 라스베이거스 옥외 광고에 12억 원이 투입되었다. 특히 대선 전날 개최된 연예인 콘서트에는 140억 원 이상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막대한 자금에도 불구하고 해리스는 왜 실패했을까? 그 핵심은 경제 메시지의 부재다.
해리스는 경제 회복을 강조했지만, 이는 유권자들의 체감 경제와 괴리된 접근이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6%가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평가했으며, 이 중 69%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해리스는 장기적인 비전과 추상적인 경제 수치를 강조했지만, 당장의 생활고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에게는 공감을 얻지 못했다.
반면 트럼프의 메시지는 명확하고 감성적이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 아래, 보호무역, 법인세 인하, 블루칼라 노동자 보호를 외쳤다. 그는 경제 문제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며 자신을 유일한 대안으로 포지셔닝했다.
두 번째 패인은 과도한 연예인 의존이었다. 비욘세, 레이디 가가, 본조비, 오프라 윈프리 등이 동참했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실제 투표율로 연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 위기에 직면한 유권자들에게는 사치스럽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미지로 받아들여졌다.
세 번째는 캠페인 운영의 비효율성이었다. 8415억 원에 달하는 광고비가 경합주에서는 오히려 트럼프보다 적게 쓰였으며, 행사 예산 초과, 긴급 변경 등으로 불필요한 지출이 반복되었다.
이번 대선은 단지 미국 내부의 선거 결과에 그치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십은 화려한 캠페인이 아니라 유권자의 절박한 현실에 얼마나 귀 기울이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줬다. 트럼프는 민심의 맥을 짚었고, 해리스는 정책을 외쳤다. 그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한국의 정치와 선거 역시 이 교훈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정제된 언어와 정책보다 더 강력한 것은, 국민이 지금 당장 원하는 것에 대한 솔직하고 명확한 응답이다.